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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덴크 "글과 피아노 통해 보석 같은 순간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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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덴크 "글과 피아노 통해 보석 같은 순간 찾죠"
7일 금호아트홀서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천재 피아니스트라뇨. 그건 사람들이 절 놀리느라 쓰는 말이에요.(웃음)"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사무실에서 만난 미국 중견 피아니스트 제레미 덴크(48)는 '천재 피아니스트', '미국의 브레인' 등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대해 이처럼 답변했다.
그는 소위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우십'의 2013년 수상자이며 '뉴요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유력 언론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음악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글을 올리는 블로그 '싱크덴크(Think Denk·그의 이름 덴크와 싱크탱크를 결합한 이름)'는 미국 의회 도서관 웹 아카이브에도 선정됐다.
그는 "맥아더 펠로우십을 받은 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더 많은 연주를 하고 글을 쓰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그의 '글 쓰는 피아니스트'란 독특한 이력은 유년 시절의 취미부터 시작된 것이다.
"어린 시절 제 취미는 책장 사이에 앉아있는 것이었죠. 음악을 좋아한 부모님 덕분에 책 선반 아래쪽에는 음반이, 위쪽에는 책이 가득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건 정말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본격적으로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30대 들어서다.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블로그 운영을 권유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주와 글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사실 피아노는 홀로 치는 악기라 대부분은 굉장히 외롭죠. 내 안의 것들을 배출해내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게는 그 욕구를 푸는 방식이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글과 연주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를 연습할 때 특정 악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 보면 그 악구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를 갑자기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도 초안을 써놓고 다듬고 또 다듬다 보면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해결 안 되던 부분이 정리되죠. 모든 퍼즐이 한 번에 맞춰지면서 빛나는 순간이 찾아와요. 연주와 글쓰기 모두 보석처럼 빛나는, 클라이맥스 같은 순간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글들은 다양한 곳에서 소비된다.
그는 코믹오페라 대본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고, 책도 쓴다.
현재는 음악 교육과 학습 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이다. 그가 2013년 '뉴요커'에 기고한 글('Every Good Boy Does Fine')을 본 미국 유명 출판사 '랜덤 하우스' 등이 같은 주제로 출판 제의를 했다.
그는 "현재 책을 쓰느라 현재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죄책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의 앨범 해설 글들 역시 그가 직접 쓴 것들이다. "제가 연주한 곡에 대한 저만의 해석과 관점이 있는데, 제가 동의하지 않는 다른 사람의 해석이 제 음반 해설로 나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전개 방식이나 구조 등을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과정 자체도 즐겁습니다."
혹시 전문 칼럼니스트로 사는 삶을 고민한 적은 없을까.
그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민할 것도 없이 난 피아니스트"라며 "내겐 음악이 전부"라고 답했다.
카네기홀을 비롯한 미국 주요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그가 한국에서 독주회를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프로코피예프, 베토벤, 슈베르트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본래 후반부 메인 레퍼토리로 슈만을 선보이려 했으나 공연을 앞두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1번(D.960)으로 변경했다.
그는 "1부 마지막 곡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인데, 비교해서 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며 "베토벤이 인생을 응집해서 표현했다면, 슈베르트는 넓게 펼친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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