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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부사장 "BTS 도전정신 높이 평가…K팝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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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부사장 "BTS 도전정신 높이 평가…K팝 성장시켰다"
"싸이 인기 단발성이었지만 BTS 음악성 확연히 다르다"
"소비자 똑똑해져…K팝, 질적 성장 못 하면 J팝처럼 추락"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은 기존 K팝 가수들과 확연히 다른 음악성에 있습니다."
미국 음악미디어 빌보드 부사장 실비오 피에로룽(Silvio Pietroluongo)이 5일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인기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2012년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오늘날 방탄소년단의 쾌거를 비교하며 K팝이 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에 안주한다면 한때 세계 엔터테인먼트계를 주름잡다가 옛 명성을 잃은 J팝(일본음악)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에로룽 부사장은 빌보드 차트 총괄 부사장(VP of charts & data development)이다. 대중음악의 성과 지표인 빌보드 차트가 그의 관리·감독 아래 매주 업데이트되며, 세계 문화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다음은 피에로룽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 그동안 많은 평론가는 K팝의 소모적이고 비슷한 음악 스타일과 캐릭터를 비난했다. 심지어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쇼 비즈니스 규모는 약 172억 달러로 세계 최고다. 약 8억 달러 규모인 한국 시장의 20배 정도다. 이런 시장에선 철저히 프로만 살아남는다. 음악성, 가창력, 무대 매너 가운데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로 빌보드 무대에 설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은 기존 K팝 가수들과 확연히 다른 음악성에 있다. 이들의 강점은 뛰어난 상징성과 함축성이다. BTS의 음악을 소설, 철학과 비교한 해설 영상이 유튜브에 분분할 정도다. 이들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두 번이나 수상하며 K팝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했다. 그때와 오늘날 방탄소년단 신드롬은 어떻게 다른가.
▲ 객관적으로 따지면 싸이의 대중적 인기가 더 폭넓었다. 코믹하고 심플한 리듬과 안무, 뮤직비디오는 나이와 성별,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음악의 기획력이 부족했고 거의 단발성으로 끝났다.
이와 달리 방탄소년단은 소수의 팬클럽에서 시작해 세밀한 전략과 조직력으로 음악 세계를 넓히며 지지자 폭을 넓히고 있다. 근시적 인기에 연연하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 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는 1963년 '스키야키'(Sukiyaki)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같은 아시아 아티스트로서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것 외에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선 미국 주류문화가 아직 외국 노래를 '변방 문화'로 취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미국 출신의) 테일러 스위프트, 브루노 마스는 폭넓고 깊은 팬층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도 당당히 '톱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방탄소년단도 이번에 받은 '톱 소셜 아티스트'뿐 아니라 더 음악적으로 성장해 '톱 아티스트' 상을 받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길 기대한다.

-- 그렇다면 가장 '미국적인 문화'는 무엇인가.
▲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모든 아이템을 상업화하는 개방성이다. 코카콜라나 애플의 기업 브랜드를 문화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마케팅력은 세계 최고다. 고유한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열린 마음과 이에 그치지 않고 상품화하는 미국의 시장 문화를 이해해달라.

-- 쿠바 출신 카밀라 카베요의 '하바나'(Havana), 푸에르토리코 출신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라틴 음악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 양과 질이 모두 성장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많은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인다. 특히 미국에선 히스패닉계의 문화적 영향력과 소비력이 절대적이다. 제니퍼 로페즈, 샤키라는 스페인어 음반을 따로 낼 정도다. 또 라틴 뮤지션들의 가창력, 이국적 리듬감, 감정 표현력은 어떤 장르의 가수들보다 탁월하다. 이를 무기로 세계 음악가들과 협업한 노래는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 K팝이 앞으로도 경쟁력이 있을까.
▲ K팝도 라틴 음악계처럼 적극적인 변신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시장 확장은 더 어려울 것이다. 시장은 항상 변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똑똑해지고 있으며 경쟁자는 늘어만 간다.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J팝처럼 경쟁력을 잃고 추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 빌보드가 가장 주목하는 음악 시장은 어디인가.
▲ 아시아다. 현재 유튜브 조회 수만 놓고 보면 상위 10곡 중 6곡이 라틴 음악이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아시아는 폭발적 인구 증가와 남미에 견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외형적, 내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본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는 과거 세대와 비교해 경제적으로 부유할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대부분 1인 1악기 연주가 가능한 만능 세대다.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음악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

-- 빌보드가 권위와 신뢰를 지키는 비결은 무엇인가.
▲ 전문성과 공정성이다. 빌보드는 1940년 라디오 방송과 음반 판매량을 기초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차트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유튜브 조회 수나 다운로드 수까지 합해 전 세계 음악 장르 차트를 낼 정도로 조직화, 세분화했다. 속도와 정확성을 요구하는 업계에서 이 두 가지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명성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 한국 음원차트에서는 종종 '순위 조작' 논란이 제기된다. 빌보드는 공정성을 어떻게 유지하나.
▲ 각 차트 순위에 대한 가산점 시스템이다. 물론 열혈 아이돌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 때문에 각 음원차트가 아무리 고심해도 결과적 수치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방송 부문 가산점이 가장 큰데, 최근에는 여기에도 팬들의 지원이 작용하고 있어서 업계의 고민이 많다.

-- 빌보드는 과거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2017년 12월 '빌보드 코리아'를 다시 설립했다. 앞으로 계획은.
▲ 예전에 빌보드 코리아는 운영상 시행착오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는 그때 K팝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K팝 차트를 새로 만들었고, 직접 한국 시장을 취재하며 기사도 쓴다. 지금은 K팝을 음악문화에서 종합문화로 발전시키는 사업을 기획 중이다. 빌보드의 브랜드와 시장성을 갖춘 공연 사업도 추진 중이며, K팝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에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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