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도 비용 부담 의사…美 직접지원은 '제재' 탓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달 12일 열릴 첫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체류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반핵 운동을 벌여 노벨평화상을 받은 비정부기구(NGO)가 북한 대표단 체류비를 지불하겠다고 나섰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가와사키 아키라(川崎哲) 운영위원은 3일 트위터에서 "북미회담을 진행하는 데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작년에 받은 노벨평화상 상금을 기꺼이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핵무기 폐기를 위해 헌신해왔고, 이번 역사적 정상회담은 평화와 핵 폐기와 관련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ICAN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핵무기 금지 및 제거를 위한 노력에 공헌하는 차원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호텔비를 지불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CAN은 세계 101개국 소속 468개 NGO로 구성된 반핵단체다.
200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 기간에 결성돼 지속해서 비핵화 활동을 벌였다. 특히 작년 7월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노벨평화상과 상금 900만 크로나(약 11억 원)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호텔 숙박비를 부담하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정부에 북한 대표단 숙박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초 미국은 직접 김 위원장의 호텔 숙박비 등을 내줄 의향도 있었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납을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WP는 전했다.
아울러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회담 준비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기간에 머물 숙소로 풀러턴 호텔을 선호했고, 다른 나라가 자국 대표단의 체류 비용을 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록 제한적인 규모일지라도 미국 정부가 북한이 직접 금전적인 지원을 하려면 대북 독자 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과정이 매우 복잡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의 숙박비 지원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도 김 위원장의 체재비 부담에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김 위원장의 호텔비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2일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싱가포르는 (북미정상회담의) 좋은 개최국이 되도록 맡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가 보안과 숙박·이동 등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확실히 그렇다"면서 "그것은 이번 역사적 회담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성을 고려해 '정상국가'의 면모를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 위원장 일행의 숙박비 등 체류비를 직접 부담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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