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포네 시절 시카고 갱 안내지도 매물로 나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악명 높은 범죄조직(갱) 두목 알 카포네(1899~1947)가 시카고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당시 제작된 만화 형식의 갱 안내지도가 영국 희귀 문서 시장에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1931년 제작된 가로 71cm·세로 57cm 크기의 지도 '시카고 갱들의 땅'(A Map of Chicago's Gangland)이 다음달 9일과 10일 런던에서 열리는 '지도 박람회'(London Map Fair)의 '대니얼 크라우치 희귀 서적' 코너에서 2만 파운드(약 2천900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시카고 갱단 안내서'로 부를 수 있는 이 지도는 지리적으로나 내용 면에서 부정확한 부분이 있고, 당시 시카고 시로부터 공인받지 못했지만 금주령 시대 시카고를 호령하던 알 카포네와 라이벌 조직들의 영역, 조직간 충돌이 빚은 살인 사건 및 범죄 기록 등이 밝은 색상의 그림으로 비교적 상세하면서도 익살스럽게 표시돼있다.
"인증받은 이들이 확실한 출처를 갖고 만든 지도"라는 설명과 함께 머리에 왕관을 쓴 알 카포네 얼굴이 상단 오른쪽에 그려져있고, "젊은이들에게 주요 원칙들을 가르치고 대도시의 악과 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는 제작 목적이 적혀있다.
트리뷴은 "시카고 뉴베리 도서관과 어바나-샴페인의 일리노이대학(UIUC)이 지도 사본을 소장하고 있으나, 이번에 시장에 나오는 지도는 뉴욕과 런던에 기반을 두고 고미술·고문서·지도 등을 거래하는 '대니얼 크라우치 희귀 서적'이 판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크라우치는 "이 지도는 내용 면에서나 예술적인 면에서 모두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며 "시카고 시 당국이 1933년 세계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도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사본 대부분을 폐기 처분했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도가 영국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맥도널드 길(1884~1947)이 1913년 런던 지하철 시스템을 모티브로 그린 '원더그라운드'(Wonderground)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도에는 1929년 2월 14일 알카포네 조직원이 라이벌 조직원과 보행자 등 7명을 무참히 살해한 '성 발렌타인데이 학살 사건'을 비롯 1920년대에 시카고에서 일어난 갱단 집단싸움 기록, 지구별 범죄 조직 및 두목 등도 특별 표시돼있다.
조직범죄사 전문가인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 석좌교수 존 바인더는 "지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역 표시나 범죄 기록 면에서 정확하지 않다"면서 "2만 달러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잘못된 내용이 이 지도의 매력이 될 수 있다"며 "지도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평했다.
지도를 그린 이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리뷴은 뉴베리 도서관이 소장한 사본이 들어있던 봉투에 "시카고가 처음으로 외부인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알기로 지도 제작자들은 시카고에서 쫓겨났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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