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눈독' 이스탄불운하, 터키 대선 쟁점으로
에르도안 "운하사업에 한국기업 초대"…제1야당 후보 "사업 추진 중단할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SK건설이 '주도' 의사를 밝힌 터키 '메가 프로젝트' 이스탄불운하가 다음달 터키 대선의 이슈로 부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술탄 등극' 저지에 도전장을 던진 제1야당 대선 후보가 이스탄불운하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공화인민당'(CHP) 대선 후보 무하렘 인제는 24일(현지시간) 밤 CNN튀르크와 인터뷰에서 터키의 경제 여건이 운하를 추진할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제 후보는 "작년에 터키에서 외국 기업 1천200곳이 철수했고, 현재 터키리라화 환율이 1미달러당 5리라를 넘어가려는 상황"이라며 "나라경제가 망해가는데 무슨 운하 사업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스탄불운하가 나라에 무슨 이익을 가져다 주느냐"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이스탄불운하 사업은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운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는 '메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터키 건설업계가 추정한 사업 규모는 16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이스탄불 앞바다인 마라마라해와 흑해 사이에 총연장 45㎞, 폭 400m 규모로 인공 수로를 만드는 대역사로, 완성되면 현재의 자연적인 바닷길 보스포루스해협에서 서쪽으로 30∼40㎞ 떨어진 곳에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진다.
터키정부는 현재의 보스포루스해협 물동량을 이스탄불운하로 돌려 통행료 수입을 올리고, 주변 지역 개발 이익도 챙기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초 국빈방한에서 한국 건설업계에 참여를 요청했으며, 우리 업계도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SK건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국빈방한 후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스탄불운하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터키정부는 이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계획이어서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막대한 자금 조달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보스포루스해협을 이용하는 각국·업계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은 집권한다면 사업 자체에 반대하며 대선 정국의 쟁점으로 삼았다.
한편 인제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터키가 위기설을 물리치고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한국의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조정 사례를 길게 설명했다.
고물가와 환율 비상으로 경제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터키 대선·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인제 후보는 "1980년대에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터키와 비슷한 2천달러 수준이었는데 교육으로 기술인력을 대거 배출해 3만달러까지 불렸다"고 진단하고, "우리도 교육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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