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태권도 바티칸 합동시범 무산…북한 주도 ITF 불참 통보
'맥스선더 한미연합훈련' 구실…비자발급 지연도 이유로 거론
(서울·로마=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현윤경 특파원 = 남북한 태권도의 역사적인 바티칸 합동시범공연이 북한 측의 불참 통보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태권도계에 따르면 국제태권도연맹(ITF)은 최근 세계태권도연맹(WT)에 바티칸 합동시범공연에 불참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한국 주도로 성장한 WT와 북한을 주축으로 발전한 ITF는 교황청 초청으로 현지시간 오는 30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함께 태권도 시범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WT와 ITF 사정을 잘 아는 태권도계 관계자는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ITF 측이 24일 오후 김경호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이메일로 WT에 전달했다.
통지문에는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 관계로 ITF는 바티칸 시범공연을 할 수 없다'는 간략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바티칸 공연을 위한 ITF 시범단의 비자발급 진행 상황이 순조롭지 않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왔다고 한다.
태권도계에서는 ITF의 바티칸 공연 불참이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단 ITF가 조선태권도위원회의 통지문을 WT에 전달한 것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전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때 교황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교황청 문화평의회 차관보가 바티칸에서 남북한이 합동 태권도 시범을 해줄 것을 제안해 추진됐다.
데 토카 차관보는 당시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 홍보관 '카사 이탈리아'에서 열린 WT와 ITF 임원진 및 시범단 초청 오찬행사에 참석, "로마에서 열리는 국제 태권도 대회 때 바티칸에서 남북태권도 시범단이 합동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로마에서는 내달 1∼3일 WT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대회가 열린다.
교황청은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조정원 WT 총재와 리용선 ITF 총재에게 정식 초청장을 보냈고 WT와 ITF가 이를 수락해 바티칸 합동시범이 성사됐다.
WT와 ITF의 시범단은 지난해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개폐회식을 비롯해 올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식전행사, 지난 4월 한국의 방북 공연예술단 평양 공연 등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등 최근 들어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나아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만 명의 신자 앞에서 한민족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매개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ITF 측의 전격적인 불참 통보로 기약 없이 다음 만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현지에서 행사를 준비 중인 이탈리아태권도협회는 북미 관계의 경색 때문에 역사적인 남북태권도 합동시범 공연이 혹시 무산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정상적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역시 교황청 관련 부처로부터 북한 측의 합동시범공연 불참에 대해 아직 통보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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