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신봉자들, 中 본토 대신 홍콩서 집회 연 이유는
中 마오주의자들, 당국 압력 피해 홍콩서 문화대혁명 52주년 집회
SCMP "최후의 마오주의자들, 자본주의 도시 홍콩서 피난처 찾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신봉하는 중국의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중국 본토가 아닌 '자본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홍콩에서 문화대혁명(1966∼1976) 52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최후의 마오이스트들(마오쩌둥주의자들)이 자본주의 도시 홍콩에서 피난처를 찾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의 마오쩌둥주의자들이 본토 대신 홍콩에서 문화대혁명 기념집회를 연 이유를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홍콩 까우룽(九龍) 지역에서 열린 문화대혁명 52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서 수십 명의 마오쩌둥주의자가 건너왔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천홍타오는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집회를 억압한다고 말했다.
천홍타오는 "이 행진은 홍콩 경찰의 승인을 얻었고, 보호를 받았다"면서 "중국 본토에서는 그러한 일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집회와 행진은 홍콩의 마오쩌둥 사상 협회가 조직했으며, 까우룽 시티 당국에도 신고됐다.
천훙타오는 "중국 본토의 몇몇 동지들은 여러 가지 압력과 제약 때문에 홍콩으로 건너오는 데 실패했다"면서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주장하는 나라에서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의 마오쩌둥주의자들은 마오쩌둥 시대의 군복을 입고 망치와 낫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중국 본토와 홍콩을 연결하는 입경 사무소를 통과했다고 SCMP는 전했다.
문화대혁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사회주의 운동을 말한다.
마오쩌둥주의자들은 마오쩌둥 사상의 진정한 수호자로 자처하고 있으며, 문화혁명에 대한 향수가 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격동기'로 규정하는 등 마오쩌둥주의자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물론 중국 공산당도 공식적으로 마오쩌둥 사상을 중심 사상 가운데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마오쩌둥주의자들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들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이후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에 대해서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를 심화시켰다면서 비판하고 있다.
천훙타오는 시 주석이 이달 초 공산주의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에서 한 연설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그는 "중국 정부는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이 계급투쟁이라는 점이나, 공산주의자들의 궁극적인 사명이 사적소유를 종식하는 것이라는 점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대회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당과 국가의 지도사상으로 사상적 무기를 제공했고, 중국이 낡은 동방대국에서 인류 사상 유례가 없는 발전의 기적을 이루게 했다"면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탄력적인 태도를 중국의 발전과 중국 공산당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인 취칭산(曲靑山) 중앙당사연구실 주임은 지난 20일 중국 전인대 및 전국정협 홍콩 대표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중국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변화가 생존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소련 공산당이 떠안은 한 가지 문제는 레닌과 스탈린 사후 펼쳐진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이념의 결핍이었다"면서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 조건에 걸맞은 독자적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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