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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팀추월 '지독한 불통'이 왕따 주행 불렀다"

문체부, 빙상연맹 감사 후 "선수들, 나쁜 의도의 고의적 주행은 없었다"
백철기 전 대표팀 감독에 '직무태만' 등 징계 권고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은 평창올림픽 관련 다른 이슈를 일시적으로 모두 잠식해버린 사건이었다.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에서 노선영이 다른 두 선수에 한참 뒤처진 채 들어왔고, 경기 이후 혼자 울던 노선영의 모습이나 노선영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비친 김보름의 인터뷰가 논란을 키웠다.
유례없는 대규모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진 팀추월 팀워크 논란이 발생한 지 3개월 후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를 통해 당시의 진상을 규명했다.
문체부가 23일 발표한 감사 결과는 세 선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고, 우리 팀의 이전 대회 경기모습, 경기 전후 상황, 경기 영상과 다른 대표팀 사례, 전문가 의견까지 분석한 결과물이다.
결승선 통과 당시 과도하게 벌어졌던 선수들의 간격을 두고 앞서 달린 김보름이나 박지우가 의도적으로 가속을 했거나, 노선영이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문체부는 일단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선 선수들의 종반부 구간 속도가 다른 구간 속도보다 특별히 빠르지도 않았으며, 노선영의 경우 후반 체력이 떨어져 간격이 벌어진 후에는 공기저항까지 받게 돼 간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체부가 자문한 전문가도 "체력이 떨어진 종반부에 선수가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높이는 것은 어렵다"며 "종반부에 간격이 벌어질 경우 각자 최선을 다해 주행하는 것이 기록단축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세 선수가 함께 출전한 앞선 7번의 국제대회에서도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 3번 주자로 탄 적이 두 번 있었다.
또 팀추월에서 일부 선수가 뒤처진 사례는 다른 대표팀에서도 다수 확인됐다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다만 주행 순서 등 작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선 지도자와 선수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주행 순서는 네 차례 논의로 결정됐는데 노선영은 당초 마지막 바퀴 2번 주자가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기 전날 다른 선수가 백철기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을 찾아가 좋은 기록을 위해서는 노선영이 3번 주자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백 전 감독은 선수들끼리 합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별도의 논의를 하지 않았고, 백 전 감독은 경기 당일 워밍업 전에야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컨디션에 확신이 없던 노선영은 망설였으나 선배로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3번 주자를 해보겠다고 얘기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문체부는 백 전 감독이 주행 순번에 대해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결정을 미뤘으며, 논란 이후 기자회견에서 "노선영이 경기 전날 찾아와 3번 주자로 타겠다고 말했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노선영이 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지도자들의 소통과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어떤 설명이나 위로도 듣지 못한 채 선수촌에서 쫓겨났던 노선영은 돌아온 후에도 쉽게 마음을 열 수 없었고 여자 팀추월팀은 올림픽 전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불통으로 점철된 실패한 작전이 올림픽 무대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고, 국민적 공분과 선수 개인에 대한 거센 비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체부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목표를 상향 조정했던 작전이 실패함에 따라 발생했으며 선수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백 전 감독에 대해 '직무태만'과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징계를 권고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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