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첫 재판…의료진 "과실 없었다"
변호인들 "역학조사 짜맞추기…수거 과정서 오염 가능성"
"주사제 나눠쓰기, 임상으로 검증된 안전한 방식"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료진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김선영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 측 변호인은 "수액 지질 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고 간호사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됐다는 것이 입증이 불가능하다"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자체를 부인했다.
조 교수 등 이 병원 의료진 7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 4명을 치료하는 동안 감염 및 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 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으며,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 예방 지침을 어기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에 소분한 뒤 일부를 상온에서 최대 8시간 이상 방치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대목동병원은 또 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서 주사하는 이른바 '분주'(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서 주사하는 행위) 관행이 1993년 개원 이래 장기간 지속됐고 의사나 수간호사 등은 이를 방치 또는 묵인해 온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조 교수 측 변호인은 분주 관행이 오염을 유발했다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제조사에서도 분주를 권장해왔고 40년간 분주해 왔지만, 사망 사고가 없었다"며 "분주 방식은 임상 결과를 통해 검증된 안전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당초 수사당국이 의료과실로 수사했다가 의료과실이 아닌 것으로 나오니까 감염 과실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는 인위적이고 작위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놓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보건당국이 수거해 간 지질 영양제가 '제3의 장소'에서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간호사들의 변호인도 "보건당국이 실제 투여된 것을 바로 검사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수거해 검사했다"며 "어떤 경로로 수거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지질 영양제 주사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감정의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일부 변호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집중심리가 필요하다며 합의부로 재배당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법원은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6월 11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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