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휘둘린 전쟁에 지친 이라크,총선서 강경 '아웃사이더' 선택
외세배격·부패개혁 앞세운 알사드르 정파 승리 유력
무능한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 등 돌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15일 18개 주 가운데 16개주의 개표(개표율 91%) 결과 강경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행군자 동맹'(알사이룬)이 최다 득표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 행군자 동맹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선두에 나선 것을 비롯해 54석(총 329석)을 확보했다.
알사드르의 행군자 동맹은 이번 총선에 이라크 공산당, 종교적 세속주의 성향의 정치세력과 연합해 후보를 냈다.
그의 약진은 IS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만성 부패와 종파적 분열,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지친 이라크의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라크가 적대가 고조하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장이 되는 상황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일생동안 실제 행동으로 외세에 일관되게 맞선 알사드르에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투표율이 44.5%로 저조한 가운데 정치적 결집력이 높은 그의 지지세력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자신이 지휘하는 민병대 '마흐디 군'을 동원해 강력한 반미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서방 언론이 종종 그를 '불같은 시아파 성직자'라고 칭하는 이유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이라크 내정에 개입하는 외세를 배격하고 강고한 내부 결속으로 국가 통합을 이뤄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 전날인 11일 "우리는 자유로운 독립국 이라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부패와 테러, 무장 조직의 위협에서 안전한 이라크로 향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지만 정작 정부와 의회의 기득권에서는 배제된 '아웃사이더'였다.
이 때문에 그는 민족·국가주의자라는 평가와 '선동가', '인기 영합주의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때 이란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이란의 개입에도 부정적이다.
2014년 이슬람국가(IS) 사태가 발발한 뒤 다른 바드르여단,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대표적인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는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휘를 받았지만 알사드르의 민병대는 독자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수석보좌관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2월 "진보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이라크를 통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을 만큼 이란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그는 이라크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11년 만에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전격적으로 만나는 대담한 수를 뒀다.
그의 지지세력은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정부의 미흡한 부패 청산과 무능을 비판하려고 2016년 바그다드 정부 청사를 기습 점거했을 정도로 개혁에 대한 열망이 크다.
IS 사태를 해결한 성과를 앞세운 하이데르 알아바디 현 총리의 '승리 동맹'은 득표율 3위로 부진해 총리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알사드르 세력의 최다 득표가 거의 확실해졌지만 압도적으로 득표하지 못한 탓에 이라크 정국은 한동안 총리 선출을 두고 정파간 합종연횡으로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득표 2위를 차지한 '타파로프 파타'(정복 동맹)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출신이 주축이 됐기 때문이다.
2010년 총선에서 아야드 알라위 부통령이 이끄는 정파가 최대 의석을 차지했지만 이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연정 구성에 실패해 총리가 되지 못했다. 2014년에도 수니파 정파 이라키야가 최다 의석을 확보했으나 시아파 정파의 연정 구성으로 총리를 배출하지 못했다.
알사드르가 총선 후보로 등록하지 않아서 그 자신이 총리가 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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