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브롤터 공항에 우리 경찰 배치"…영국 "어림없다"
브렉시트 이후 지브롤터 지위 협상서 경찰 배치 놓고 이견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령 지브롤터의 미래를 둘러싼 영국과 스페인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스페인이 지브롤터 공항에 자국 경찰 배치를 요구하자 영국과 지브롤터는 자주권 침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브롤터의 미래와 관련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영국과 스페인은 최근 5차 협상을 열었다.
앞서 유럽연합(EU)이 '스페인의 승인 없이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대한 어떤 합의도 적용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지브롤터 문제는 브렉시트 협상의 또다른 암초 중 하나로 떠올랐다.
5차 협상에서 스페인은 자국 경찰의 지브롤터 공항 배치를 요구했고, 영국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스페인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면서 "그들은 공항 내 경찰 배치를 원하지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령이 된 이래 스페인의 영토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명이 거주하는 지브롤터는 외교·국방을 뺀 전부를 자치정부가 결정하는 영국령이다. 지브롤터 경제는 인근 스페인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지브롤터 공항은 지브롤터와 스페인을 잇는 지협(isthmus)에 위치하고 있다.
영국은 지브롤터 공항이 영국 영토에 지어진 영국의 자산이라는 입장을, 스페인은 영국이 자국 영토에 불법적으로 건립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영국과 스페인, 지브롤터 간 체결된 '코르도바 협정(Cordoba Agreement)'에 따라 이들은 지브롤터 공항의 터미널을 공동 사용해왔다.
스페인은 그러나 이후 자국 국경으로부터 접근이 가능한 터미널을 아직 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약속된 지브롤터와 스페인 간 항공편 연결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브롤터 측은 경찰 배치라는 스페인의 요구가 지브롤터의 자주권을 위태롭게 하려는 스페인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브롤터는 그동안 자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되풀이해서 강조해왔다.
텔레그래프는 당초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한 주권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협상 전망을 밝게 했으나 경찰 배치를 들고 나오면서 교착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지브롤터는 영국과 스페인의 공동 통치 여부를 묻는 2012년 투표에서 유권자 1만8천명 가운데 187명만 찬성했다.
반면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는 지브롤터 주민 96%가 EU 잔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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