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진 "개구리 전염병 '항아리곰팡이' 한국서 첫 발병"
1950년대 해외로 확산 추정…"한국 개구리 면역성, 발달시킬 수 있을 것"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양서류를 멸종시킬 뻔한 치명적인 전염병을 낳은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최초로 발병한 뒤 전 세계에 퍼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는 생명과학부 브루스 월드만 교수 연구진이 한국의 개구리들이 항아리곰팡이에 면역력을 지니고 있고, 이는 한국에서 해당 곰팡이가 최초로 발병했음을 보여준다고 11일 밝혔다.
1990년대 말 처음 발견된 병원성 항아리곰팡이는 양서류 등의 피부에 침투해 호흡을 방해한다. 감염된 양서류 등은 결국 심장마비로 죽는데, 전 세계에서 수많은 양서류가 이 곰팡이로 희생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국내 항아리곰팡이의 여러 계통을 분리, 배양한 결과 개구리를 감염시키는 해외의 항아리곰팡이 계통들보다 국내 계통들이 유전적으로 더욱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한국의 개구리들이 오랜 시간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발병에 면역을 지니고 저항성을 가지도록 진화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국외의 개구리들이 전염병의 영향을 받기 훨씬 이전인 1900년대 초 한반도에서 채집된 개구리의 피부 조직에서 해당 항아리곰팡이를 발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50년대 해외 교역이나 군수 물자 수송을 통해 한국에서 국외로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한국과 아프리카, 미국, 유럽의 개구리에서 추출된 항아리곰팡이 계통들의 전체 게놈(유전 정보)을 분석한 결과 세계적인 병원균 계통이 모두 한국의 무당개구리를 감염시킨 항아리곰팡이로부터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항아리곰팡이가 한국에서 처음 나타나고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후 전염병이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해외의 다른 양서류 종들도 한국의 개구리처럼 이 병원성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면역 저항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11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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