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정상 재회동은 北美간 한미동맹 문제 논의 가능성도 시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중 정상의 다롄(大連) 재회동이 북한과 미국 간에 비핵화를 넘어 주한미군, 한미동맹 문제까지 포괄하는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9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이번 북중 정상의 회동이 미국이 제시한 큰틀의 타협안에 대해 북중간에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자오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의 핵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고위층 접촉을 통해 북한에 주한미군 감축, 심지어 한국과 군사동맹 관계 조정 등을 포함한 큰틀의 타협을 원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사전에 충분한 '전략적 소통'을 거쳐 미국의 제안에 회답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경우 중국은 남북한, 미국 3자가 주도하던 한반도 문제 처리에서 일익을 맡아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만난 직후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앞서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재확인하고,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뜻을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비핵화 방법론 조율에 나선 상태다.
자오 교수는 40여 일 만의 북중 정상 재회동에는 또다른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실질적 성과가 없는 북미 정상회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비핵화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경우 북미 대화가 무산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며 "이 경우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옵션 선택이나 추가 경제제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지지와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도 김 위원장의 재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진실하고 성의 있는 핵폐기가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점을 설득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루정펑(盧政鋒) 대만 진먼(金門)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에 더이상 버티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대북지원을 공식화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한 다음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확정하려 하고 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시 주석은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북한이 계획한 비핵화 방법을 확인하는 한편 향후 북한이 미국과 밀착될 가능성을 경계하려 했을 것이라는 게 루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북중 정상의 재회동에 대한 중국의 의도는 여전히 '차이나 패싱론'을 차단하는데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윌리 람(林和立) 홍콩 중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다롄 회동은 중국의 주변화 우려와 관련이 크다"며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3자 회담'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은 거의 공황 상태였다. 왕이(王毅) 국무위원의 평양 파견도 중국 소외론을 차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중국 재방문을 협의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람 교수는 이어 "중국은 북한이 남한에 기울어지는 것이나, 남북이 통일하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북미 관계가 일정 정도 개선되는 것을 빌어 주한미군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철수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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