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 삼성바이오 사흘간 시총 8조5천억원 증발
금감원 "회계처리 위반" vs 삼성 "행정소송 불사"
최종 결론의 첫 관문 감리위 이달 개최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시가총액이 사흘간 8조5천억원 사라지고 주가는 26.33%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뒤 2∼4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회계 논란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뀌면서 4조8천억원으로 평가됐다.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익은 껑충 뛰었다.
2011년 설립 후 계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단숨에 흑자 전환했다.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진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듬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감리를 벌였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분식회계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그해 12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금감원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공세는 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위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반 여부에 대해 질의를 쏟아냈다.
결국,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특별감리는 유관기관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고 1년여가 지나 고의적 분식회계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 1일 "회계처리 상에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은 분식회계만이 아니다.
2016년 상장 시에도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상장 한 해 전인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 세칙'을 개정해 시총 6천억원·자기자본 2천억원 이상이면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상장을 허용한 것이 적자 행진을 벌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것이다.
상장 요건이 완화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듬해 8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석 달 뒤인 11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했다.
공모가(13만6천원)를 크게 웃도는 14만4천원에 거래됐고, 시초가 대비 6.67% 오르면서 성공적으로 상장 데뷔 무대를 치렀다.
이어 주가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달려왔다.
그러나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주가는 급락했다.
금감원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개장하자마자 주가가 급락해 전 거래일보다 17.21%(8만4천원) 내린 40만4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사라진 시가총액 규모만 5조6천억원이었다.
하락세는 3일(-3.47%)과 4일(-7.82%)에도 멈추지 않았다.
4일 종가는 35만9천원으로, 금감원의 발표 전(48만8천원)보다 12만9천원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금감원의 분식회계 결론에 강하게 반박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일 뿐 분식회계가 아니다"라며 "해당 회계처리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처벌을 요구하거나 금융당국의 '판단 번복'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소액 주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은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첫 관문인 감리위는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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