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메드라인 투자유치 '물거품'…광주시 어설픈 행정 도마
박병규 경제부시장 "본사 확인 결과 투자 계획 없다"…장밋빛 발표 석달만에 뒤집어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광주시가 야심 차게 추진한 글로벌 기업 '메드라인'의 3천억대 투자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광주시는 본사의 의중은 도외시 한 채 한국 파트너의 말만 믿고 대대적인 투자유치 홍보까지 했으나 결국 3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되면서 '어설픈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병규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미국 시카고를 방문해 메드라인 본사의 광주투자의향을 확인한 결과 부사장인 론 바스(Ron Barth)와 전화통화에서 '메드라인은 한국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고 밝혔다.
박 부시장은 "현 단계에서 메드라인의 투자계획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앞으로 메드라인 측에서 구체적이고 확실한 투자계획을 제시하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지난 2월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글로벌기업인 메드라인이 3천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했다며 청년 일자리 등 35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초 메드라인의 한국 측 파트너인 메드라인코리아 대표인 '제니퍼 정'의 투자 제안을 받고 같은 해 12월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본부와 3자 투자의향서(LOI)를 작성했다.
지난 2월초에는 '메드라인 비전 선포식'을 통해 빛그린산업단지 내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계획과 미국 본사 방문 등 세부사항을 협의했다.
광주시는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미국 본사 측에 투자의향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니퍼 정이 한국 측 파트너로서 본사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았는지 등에 대한 확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어서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
박 부시장은 이날 "투자유치 과정에서 제니퍼 정이 메드라인 본사로부터 대표성을 위임받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메드라인코리아 측은 투자유치 진행 과정에서 투자정보를 유출했다며 오히려 광주시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일 전망이다.
메드라인코리아 측은 최근 민감한 기업 투자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경위 등에 대한 시의 답변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힌 내용이 기업의 기본적인 현황 등에 불과한 것이어서 과연 보호받을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번 투자유치 무산으로 시 행정에 대한 신뢰 실추, 책임 소재, 소송 등에 대한 부담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시장은 "메드라인 본사의 투자계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협의할 계획은 없다"며 "하지만 상대 쪽에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가져온다면 협상을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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