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원 "교황이 원주민 기숙학교 사과하라" 촉구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하원은 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캐나다를 직접 방문해 과거 가톨릭 교회의 원주민 기숙학교 운영을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의결했다.
하원은 이날 신민주당(NDP) 찰리 앵거스 의원이 제출한 교황의 원주민 기숙학교 사과 요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9표 대 반대 10표로 가결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표결에서는 집권 자유당과 NDP 등 여야 모든 정파가 찬성했으며 반대 의원들은 모두 보수당 소속이었다.
결의안은 가톨릭 교회가 2006년 체결된 원주민 기숙학교해결협약의 '도덕적 의무'와 '협약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며 교황이 캐나다를 방문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아동을 격리해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한 언어, 문화 교육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원주민 언어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등 문화 말살 정책을 폈으며 열악하고 엄격한 훈육 아래 육체적, 정신적, 성적 학대 등의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가 벌어졌다.
기숙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 년 넘게 운영됐고 전체의 72%를 가톨릭 교회가 맡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기숙학교가 "캐나다의 부끄러운 역사"라며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했고, 지난달 로마와 캐나다 주교단이 교황의 직접 사과를 거부하자 강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주교단은 가톨릭 교회가 원주민에 끼친 부정한 역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교황이 개인적으로 사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와 원주민 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결의안을 주도한 앵거스 의원은 이날 "오늘은 희망의 날이자 역사적인 날"이라며 "하지만 해야 할 일이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파가 합심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화해의 여정으로 초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숙학교에서 일어난 범죄의 진정한 치유로 나가는 길에 하루하루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하원 결의안에 대해 ""캐나다 국민은 교회의 사과를 위해 오래 동안 기다려 왔다"며 "예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개인적으로 교황에게 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의 해결과 치유를 위해 6년 간 연구와 조사를 실시해온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기숙학교를 '문화적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94개 항의 이행 권고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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