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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해묵은 '이념논쟁'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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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 해묵은 '이념논쟁' 되풀이

교육부, 2013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강조했다가 이번엔 삭제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대한민국 수립'도 논란
"학생들 위해 교과서에 정치상황 개입 없어야"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0년부터 중·고교에서 사용할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보수·진보진영이 벌여온 논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정치권과 정부가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교과서가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5년 만에 다시 불거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논란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 같은 표현은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 해묵은 논쟁이다.
유엔은 한국의 독립문제에 대해 1948년 12월 총회 결의 제195호를 채택했다.
보수진영은 이 결의문 일부 구절(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과 전체 맥락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해석한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은 다른 구절(that part of Korea)을 바탕으로 선거가 가능한 남한 지역에서 설립된 합법정부라고 해석한다.

국정 국사 교과서는 노무현 정부였던 2007년 검정 체제로 바뀌었는데, 서로 다른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 때 기준으로 삼았던 당시의 집필기준(2007 개정 교육과정)은 대한민국이 "유엔(UN) 결의에 따른 총선거를 통해 수립되고, 유엔에 의해 합법정부로 승인되었음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새 집필기준(2009 개정 교육과정) 만들면서 '한반도 유일'에 대한 해석을 놓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주장이 다시 부딪혔다.
당시 새 집필기준을 만들던 연구진은 시안에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구절을 제외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집필기준을 확정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정리했다.
일부 출판사가 교과서에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등의 단서를 달자 2013년에는 수정명령을 내려 이를 고치도록 했다.
'남한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수립되었던 객관적 사실을 오해하도록 했다'는 게 당시 교육부의 설명이다.


◇ 이념논쟁에 역사교과서 또다시 '몸살'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장과 근거 역시 이전과 비슷하다.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까지 활용했던 국정 국사 교과서는 대부분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에는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쓰였고, 2009 개정 교육과정 집필기준에는 다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보수진영에서는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자유민주'란 표현이 1970년대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한 표현인 데다 한때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로 쓰였다며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이면서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가능한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가 독재정권 시절 사실상 '반북·멸공'과 동일시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1948년의 역사적 의미를 두고는 기존 집필기준과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다.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한민국이 세워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진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진영 학자들은 임시정부의 의의를 인정하더라도 1948년에 국제법적으로 인정받은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가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해빙 분위기가 자칫 역사교과서 논란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매번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비판도 크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교사는 "한때 결론이 난 것 같았던 문제도 정치권 분위기가 바뀌면 다시 시끄러워진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지만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이념이나 정치적 상황이 교과서에 개입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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