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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다 최악의 실업률…울산 '우울한 근로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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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다 최악의 실업률…울산 '우울한 근로자의 날'
조선소 근로자들 "고용불안 걱정에 가족들 한숨만 쌓여"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동료들은 떠나가고 가족들의 걱정은 태산인데 근로자의 날이라니, 우울하기만 합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다니는 김모(50)씨는 1일 근로자의 날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휴무여서 집에서 쉬고는 있지만, 쉬는 것 같지 않고 한숨만 쌓여간다고 토로한다.
내일부터 회사에 출근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회사가 최근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했지만, 언제 또다시 구조조정을 시작할 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선업 위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일상화한 분위기여서 이러다 정년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으며 출근하는 느낌"이라며 "주변 동료들과 가족들의 걱정이 갈수록 커진다"고 한숨지었다.



울산 경제를 이끈 대표적 주력업종인 조선산업의 위기가 해를 거듭하고 있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의 연속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수주 절벽에 일감이 줄어들자 위기 극복을 위해 2년 만에 다시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희망퇴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희망퇴직을 함께 시행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2016년에도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기장(과장급) 이상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창사 아래 처음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지자 직원들의 충격은 컸다.
근로자 3천500여 명이 20∼30년 넘게 청춘을 몽땅 바친 일터를 한꺼번에 떠났다.
한 퇴직자는 "세계 1위 조선소에서 평생 배를 만들다 자랑스럽게 퇴직할 줄 알았는데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퇴직자들은 조선업희망센터를 다니며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경기가 악화해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조선과 해양플랜트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선박 수주가 24척, 39억 달러, 지난해에는 48척, 47억 달러에 그쳤고, 올해도 1분기까지 7척에 불과하다.
일감부족은 근로자들의 주말이나 공휴일 특근도 없애면서 월급 봉투를 더욱 얇게 만들고 있다.
조선본부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근하지 못했고, 퇴근 시간도 한 시간 빨라지면서 월급이 쥐꼬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이보다도 상황이 훨씬 더 어렵다.
2014년 하반기에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년이 다 되도록 수주가 한 건도 없다.
7월 나스르 설비를 인도하면 일감은 없어 근로자들을 놀려야 한다.
회사는 11개 도크 가운데 4, 5도크와 군산 중공업 도크를 이미 가동 중단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휴 인력 5천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순환휴직을 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사정은 더더욱 열악하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사내 협럭업체수가 250여 개사, 근로자가 3만8천여 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업체 수는 148개사, 1만3천여 명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이전의 34% 수준으로 줄었다.
사내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감이 아예 말라버렸다"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협력업체와 근로자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경기악화로 울산의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울산 고용동향을 보면 월별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천 명(17.8%)이나 늘어난 2만7천 명을 나타냈다.
1996년 8월 2만8천 명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울산의 실업자 수는 2016년 1월부터 3년째 2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해 0.7%P 오른 4.5%로 높아졌다.
전국의 3월 실업자 수도 125만7천명으로 석 달 연속 100만 명대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실업자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실업자 수가 가장 많았다.
울산상의 등 지역 경제계에서 조선 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울산 조선업계 수주와 일감 절벽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고, 지역 고용 통계 수치도 계속 바닥을 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근로자의 날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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