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표단 만난 아웅산수치, 로힝야 사태 "모든 의혹 조사"
과거에도 원론 수준의 진상조사 언급…입장 진전 아닌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족 '인종청소'와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논란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표단에 대해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15개 회원국 고위 외교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은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실권자인 수치 국가자문역을 만났다.
대표단의 일원인 관리들에 따르면 수치 자문역은 이 자리에서 인종청소 주장에 관해 신뢰할만한 주장이 있다면 모두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면담에 배석한 타웅 툰 미얀마 국가안보보좌관도 "수치 자문역은 항상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안보리 대표단이 법 위반 사항을 우리에게 알려주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수치 자문역은 미얀마군과 반군 간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70만 명의 난민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방글라데시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치 자문역의 이날 발언은 미얀마군에 의한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인종청소 주장을 근거로 안보리가 대(對) 미얀마 제재를 추진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J)가 책임자 기소를 위한 재판관할권을 문의하는 등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치는 과거에도 로힝야족 인종청소 주장에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반복적으로 원칙 수준의 진상조사를 언급해왔다. 따라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그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는 없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는 지난해 8월 미얀마군과 반군 간의 유혈충돌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에 가까운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선 안보리 대표단은 앞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의 증언을 들었고, 미얀마에서는 사건 현장인 라카인 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얀마 당국이 로힝야족 마을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물을 지은 상태여서 증거 수집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 상임 이사국 가운데 미국, 영국 등은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첫 현장 조사에서 이견 없는 결론을 도출할지도 미지수다.
드미트리 볼리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로힝야족 난민촌 방문 후 "안보리가 (문제 해결을 위한) 마법의 지팡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안보리 차원의 강경 대응을 경계했다.
우하이타오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로힝야족 문제는) 역사와 연관된 매우 복잡한 문제다. 쉬운 해법은 없지만, 함께 노력한다면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11월 난민 송환에 합의했지만, 난민들은 시민권 및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본국행을 거부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