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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탄력받은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구상…'북미'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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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탄력받은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구상…'북미'가 남았다
'베를린 선언' 구상 상당 부분 담겨 '한반도 운전자' 역할 소기의 성과
비핵화 이행에 필요한 북미 간 중재가 핵심…이행 의지와 속도가 관건



(고양=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공동목표로 확인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이 더욱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북한의 핵 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 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을 일관되게 제시해 온 문 대통령에게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판문점 선언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이 향후 구체적인 비핵화 과정을 이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 명문화'라는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판문점 선언 중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대목의 경우 미국이 요구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판문점 선언'의 성과는 남북관계의 운전석에 앉아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구체화한 것이라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도발을 통한 국제적 고립과 대화를 통한 밝은 미래 중 '양자택일'을 압박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감행했던 북한에 도발을 계속하면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밝혀두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의 길로 들어서면 국제사회와 함께 돕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었다.
베를린 선언에 명시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 대부분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과 협의들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내용으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계승을 통한 평화' 원칙을 이어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함께 4대 제안으로 제시됐던 남북 간 대화 재개, 이산가족 상봉 재개, 군사분계선 적대 행위 중지 역시 모두 관철해 냈다.
이제 관건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느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전체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남북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합의했더라도 실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한 문제다.
비핵화 합의를 통해 남북미 간, 나아가 중국이 가세하는 종전선언까지 도출하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둔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직 북미 사이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는 셈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CVID에 가까운 비핵화 의지를 김 위원장이 표했다는 것은 북미가 그동안 고위급 접촉 및 물밑 접촉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트위터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의 격렬한 한 해가 지나고 남북 간 역사적 만남이 일어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중재자'로서의 문 대통령 위에 놓인 짐을 가볍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놓고 문 대통령의 역할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남북미 간 큰 틀에 합의가 이뤄져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등을 언급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할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방안을 되풀이할 수도 없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북미 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우리와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직접 언급한 합의 외에도 1994년 제네바 합의 등 국제사회와 북한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고서도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서 신뢰가 깨져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국, 문 대통령에게는 5월 중순으로 추진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최대의 당면 과제가 됐다.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나 북한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비핵화 이행 방안을 북미 정상이 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애초 2단계 해법을 제시했지만 핵 동결과 핵시설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전문가그룹의 사찰 등 핵 폐기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복잡한 탓에 '입구'와 '출구' 사이에는 세분화한 단계적 방법론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합의의 이행은 철저하게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한 만큼 문 대통령은 남북미가 핵 폐기 단계까지 규정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를 '행동 대 행동'의 방식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상당수 전문가는 보고 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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