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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 "기적 아닌 땀의 가치, 프랑스서도 증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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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 "기적 아닌 땀의 가치, 프랑스서도 증명할 것"
5년 5개월 장수 사령탑…"선수들 투지·정신력, 남자선수에 절대 뒤지지 않아"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상·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통과 목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여자축구 대표팀이 지난 1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필리핀을 완파하고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을 때 윤덕여 감독에게 먼저 떠오른 것은 1년 전 평양에서의 기억이었다.
지난해 4월 여자축구 대표팀은 평양 원정으로 치러진 아시안컵 예선에서 아시아 최강인 북한과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결국 골득실에서 앞서 북한을 제치고 아시안컵 티켓을 따냈다.
"5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1년이라는 여정이 길고도 어려웠지만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선수들이 대견스럽습니다."
23일 서울 신문로에서 만난 윤 감독은 인터뷰 중 첫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성과를 말하면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대진 불운이 겹치며 결코 쉽지 않았던 과정을 거쳐 2019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설 수 있게 된 데에는 한마음으로 피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는 것이다.
대표팀 에이스로 늘 제몫을 해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새 활력이 돼준 대표팀 최고 스타 이민아(고베 아이낙), 늘 헌신적인 주장 조소현(아발드네스), 성장을 거듭한 이금민(경주 한수원)과 장슬기(인천 현대제철), 그리고 대표팀을 거쳐간 많은 선배 선수들까지 고마운 대상은 끝이 없었다.

윤 감독이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것은 2012년 12월이다. 벌써 5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서 1991∼1998년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이우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장수 감독이다.
여자축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것이 1990년의 일이니 이이우 감독 시절엔 그야말로 걸음마 단계였다. 여자축구가 어느 정도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차지한 이후에 윤 감독만큼 장기 집권한 경우가 없었다.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는 남자 대표팀 감독들이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을 거듭하는 동안 윤 감독은 꾸준히 지휘봉을 지켰다.
"저라고 고비가 왜 없었겠어요. 여러 대회 치르면서 어려운 때도 많았지만 선수들이 힘을 합쳐서 슬기롭게 극복해줘서 제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윤 감독도 위기도 겪고 여론의 비난도 받았다.
월드컵보다 좁은 문인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해 말 동아시아축구연맹(E-1) 챔피언십에서도 3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E-1 챔피언십의 부진을 깨끗이 지운 이번 아시안컵에서의 선전처럼 여러 차례 위기를 딛고 한 단계 도약했다.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첫 본선 승리와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고, 올림픽 좌절의 아픔은 '평양 기적'으로 씻어냈다.
지금은 다시 16위로 두 계단 내려서긴 했으나 지난해 역대 최고 랭킹인 1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남자축구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나 기대도 커졌다.
윤 감독은 "2015 월드컵을 기점으로 팬들이 관심을 갖고 보시는 것 같아서 선수들이나 저나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팬이나 대한축구협회의 기대도 2015년 때와는 또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5년을 넘게 함께 한 대표팀 선수들은 윤 감독에게 그야말로 '딸 같은' 존재다. 윤 감독의 큰 딸이 대표팀 맏언니 윤영글(경주 한수원)과 1987년생 동갑이다.
선수생활을 마친 후 남자 연령대별 대표팀 감독과 프로축구 지도자를 지낸 윤 감독이 처음 성별이 다른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을 때는 걱정도 많았다고 했다.
"처음에 와서는 고민도 많고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선수들이 마음 상할까봐 다른 선수들 앞에서 특정 선수를 꾸짖거나 칭찬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고요."

남자축구에 익숙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템포가 느린 여자축구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지만, 선수들의 투지나 정신력은 남자 선수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윤 감독은 힘줘 말한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가서 주눅 들지 않고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것을 보면 감독 입장에서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대일로는 쉽지 않지만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 어려운 상대에도 이길 수 있죠."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알기에 지난해 '평양 기적'도 윤 감독 입장에선 기적이 아니다.
"그냥 우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땀의 가치가 증명된 것이죠. 기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흘린 땀을 바탕으로 한 기적 같은 경험을 이미 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도 다시 한 번 땀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습니다."
윤덕여 호의 단기적인 목표는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통과, 그에 앞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자축구의 토양을 한층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선수가 많지 않아 세대교체가 쉽지 않고 신설되는 팀보다 해체되는 팀이 많은 여자축구의 얕은 저변은 여자축구의 도약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아무래도 선수 생활 이후의 비전도 밝지 않아 축구 선수를 하려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해결해야 할 것은 많지만 무엇보다 대표팀이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축구 입문자가 늘 것 같아요. 정현의 활약에 테니스 인구가 늘듯이요. 월드컵을 그런 기회로 만들어봐야죠."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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