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떨어질라"…인도 총리, 민감한 사회 문제에 여당 입단속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자신의 재선을 결정할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여당 지도부의 설화에 잇따른 '입단속'을 주문하고 나섰다.
23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전날 자신의 전용 모바일 앱인 '나모 앱'을 이용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의원들과 한 화상회의에서 최근 성폭행 등 민감한 사회 문제에 관해 의원과 장관들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모디 총리는 "우리는 마치 위대한 사회학자나 사안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해 언론에 '양념'을 뿌리는 실수를 했다"면서 "TV 앞에 서서 전국에 설교하는 일을 중단하고, 그 일은 그 직업의 인물이 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나서서 제각기 말하기 시작하면 이슈가 바뀌고 당과 국가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의 이날 발언은 BJP 소속의 산토시 강와르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성폭행은 불행한 일이지만 때로는 막을 수가 없다"면서 "인도같이 큰 나라에서 성폭행 사건 한두 건이 벌어졌다고 야단법석을 떨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다음 날 나왔다.
강와르 장관의 발언은 최근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에서 8세 이슬람 소녀를 힌두 주민들이 집단 성폭행·살해한 사건 등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성폭행 반대 시위가 일어난 상황에서 나와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동북부 트리푸라 주 주 총리인 비플랍 뎁은 지난 17일 힌두 신화를 언급하며 고대 인도에도 인터넷과 인공위성이 존재했다고 주장해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았으며 사티아팔 싱 인적자원개발부 부장관은 최근 진화론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4월 BJP 전당대회에서도 "마이크가 있다고 꼭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의 미학을 구사하라"고 주문하는 등 당 지도부의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디 총리의 주문이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에 부정적인 그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이후 여러 언론과 질의·응답 형식의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한 달에 한번 국정 현안에 관해 라디오 연설을 하며 자신의 활동 상황을 거의 매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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