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야권, 사르키샨 총리 사퇴 요구하며 10일째 시위
총리-야권 지도자 협상 몇 분 만에 결렬…경찰 시위대 체포 나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남(南) 캅카스 지역의 소국 아르메니아에서 22일(현지시간) 전(前) 대통령 출신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흘째 이어졌다.
시위는 특히 총리와 국민 저항 운동을 이끄는 야당 지도자 간 협상이 결렬된 뒤 더 격렬해지고 있다.
타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르메니아 수도 시내 호텔에서 세르쥬 사르키샨 총리와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 의원 니콜 파쉬냔 사이에 협상이 열렸으나 몇 분 만에 결렬됐다.
TV로 생중계된 이 날 협상에서 야당인 '시민계약'당 당수 파쉬냔은 사르키샨 총리를 향해 "나는 당신의 사직을 논의하러 여기에 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사르키샨은 "이것은 협상이나 대화가 아니라 협박"이라면서 "당신에게 합법의 틀로 돌아오길 권고하며 그렇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르키샨은 이어 "총선에서 7~8%의 지지를 얻은 정치 세력이 국민을 대표해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뒤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된 뒤 예레반 시내 '공화국 광장'의 시위대는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경찰은 광장을 에워싸고 자진 해산을 종용했으나 시위대는 응하지 않았다.
시내 다른 중앙 대로에서는 시위대의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경찰은 섬광탄 등을 이용해 행진에 나선 시위대 진압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1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쉬냔 의원도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경찰은 그를 시위 현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시켰을 뿐 체포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르메니아 헌법에 따르면 의원 면책 특권을 가진 파쉬냔은 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체포될 수 없다.
인구 290만 명의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지난 13일부터 사르키샨 총리 선출에 반대하는 야권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의회가 사르키샨을 총리로 선출한 지난 17일 밤에는 예레반 전체 주민의 10%가 넘는 4만 명이 운집했다.
아르메니아 의회 제1당 공화당 소속의 사르키샨 총리는 이달 9일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쳤으나 일주일 만에 새로 출범한 내각책임제 정부의 총리에 취임하며 일인자 자리에 복귀했다.
이에 파쉬냔 의원이 이끄는 야권 시위대가 사르키샨의 총리 선출에 반대하는 저항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사르키샨이 내각제를 악용해 권력연장을 시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그가 아르메니아의 빈곤과 부패, 정경유착의 원흉이라며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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