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매 경기 '명승부'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프로농구 원주 DB가 10년 만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아쉽게 놓치며 '언더독'의 반란을 마감했다.
DB는 18일 서울 SK와 2017-2018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77-80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이로써 DB는 2007-2008시즌 이후 10년 만에 노렸던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2014-2015시즌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두드렸던 정상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DB는 이번 시즌 '대반전'을 이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꼴찌 후보'로 지목돼 우승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DB는 보란 듯이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플레이오프에서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연승 행진을 펼치며 바람몰이를 했다. 이대로 우승까지 이어질 것 같았다.
플레이오프 4강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4전승하며 결승에 올랐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1, 2차전을 휩쓸며 플레이오프에서만 6연승을 했다.
'특급 용병' 디온테 버튼이 변함없이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챔피언 결정전 초반 SK를 압도했고, 로드 벤슨은 골 밑을 든든히 지켰다.
정규리그 MVP 두경민도 이름값을 했고, 김태홍과 서민수 등 지난 시즌까지 벤치를 달궜던 멤버들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주성과 윤호영 등 '형님'들도 제 역할을 해내며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여기에 무엇보다 위기에서도 질책보다 선수들을 다독여주는 이상범 감독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3차전부터 기세가 꺾였다. DB로서는 3차전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경기로 남게 됐다.
전반 한때 20점 차까지 앞서며 또다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던 경기를 후반에 SK에 추격을 허용해 결국 연장 끝에 승리를 내준 것이다.
2쿼터까지 경기가 너무 잘 풀린 탓에 3쿼터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김주성 등을 일찍 내보낸 것이 4쿼터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평소에 해오던 플레이가 아닌 무리수를 둔 것이 패인이었다.
3연승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 2승 1패가 됐고, 4차전에서는 심판이 석연치 않은 판정까지 더해져 2연패하며 분위기를 SK로 넘겨주게 됐다.
한 번 넘어간 분위기는 다시 DB로 돌아오지 않았다. 5차전을 홈에서 치렀음에도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졌고 결국 6차전도 패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DB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노장 선수들이 많은 탓에 금세 지친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또 팀의 해결사였던 버튼 역시 슛의 정확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결국 정상 앞에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DB가 이번 시즌 보여준 투혼은 그것 자체만으로 값졌다. 매 경기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명승부'를 펼쳤다.
4차전 전반에만 15점차 이상으로 끌려갔으나, 후반에 이를 극복하며 따라붙었고, 5~6차전에서도 끝까지 승부를 알 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꼴찌 후보'가 통합 우승까지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넘어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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