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얻은 두산 외야수 정진호 "주전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파레디스 2군행으로 출전 기회 늘어…"주어진 역할 다하겠다"
(대구=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정진호(30)는 지난해 프로 데뷔(2011년)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던 그는 지난해 1군 정규시즌 144경기 가운데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198타수 56안타), 5홈런, 31타점, 43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6월 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23호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것)를 달성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런 활약에도 여전히 백업에 머물던 정진호는 국가대표 외야수인 민병헌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롯데 자이언츠로 옮기면서 마침내 주전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김재환, 박건우와 함께 두산의 외야 3인방을 이룬 선수는 새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30)였다.
이런 파레디스가 시즌 개막 한 달도 안 돼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정진호는 다시 기회를 얻었다.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방문경기를 앞두고 만난 정진호는 말을 무척이나 아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속에서 말을 함부로 내뱉는 대신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결심한 것 같았다.
앞서 정진호는 예상과 달리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자세와 메커니즘을 바꿔보려다가 너무 안 돼서 다시 바꿨다"며 "시범경기 때부터 원래 하던 방식과 접목해서 적용했다"고 비시즌 기간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쑥스럽게 웃었다.
결국, 개막 5일 뒤인 3월 29일 1군에 합류한 정진호는 지금까지 8경기에서 타율 0.333(24타수 8안타)을 기록했다.
특히 8일 잠실 NC전에 이어 이날 대구 삼성전까지 2경기 연속 멀티 히트(1경기 2안타)를 달성해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았다.
정진호는 최근 며칠 사이 자신한테 주어진 기회와 관련해서는 "이번에 주전을 꿰차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모범 답변'을 내놓았다.
올해 목표는 '커리어 하이'(개인 통산 최고의 성적)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만 반복하던 정진호는 "제가 입 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주전은 하늘이 정해주지 않을까요"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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