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디즈니랜드 생기나?…왕세자, 문화·IT산업 '눈독'
"엔터테인먼트는 새 석유"…디즈니·넷플릭스·타임워너 잇따라 접촉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외국 투자를 유치해 석유에 덜 의존하는 대신, 더 활기차고 개방적인 경제의 새 사우디를 건설하려 한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이는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가 3주간 미국을 방문한 동안 보인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으로 뉴욕 스타벅스를 찾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커피를 마셨다.
오랜 기간 석유와 군수물자 거래로 점철된 미국과의 관계를 재편하고, 사우디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동행한 당국자들이 만난 재계 주요 인사도 문화, 엔터테인먼트, IT 산업 등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됐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디즈니 본사를 방문하는가 하면, 넷플릭스와 타임워너의 워너브러더스,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경영진을 만나고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주재한 만찬 자리에도 참석했다.
이들은 특히 디즈니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우디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심점의 일부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에 디즈니를 유치하고 싶어한다고 WSJ는 전했다.
사우디 엔터테인먼트청(GEA)의 대변인은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을 지칭하며 "테마파크와 리조트, 라이브쇼 등 이 회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파이살 바파라트 GEA 청장은 "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의 새로운 석유"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팀은 또한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우버와 같은 회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 새 탈석유 시대를 맞아 세운 사회·경제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의 틀 안에서 대중문화 부흥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해부터 미술 전시회, 영화제, 코스프레 행사 등이 잇따라 열렸으며, 작년 말에는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야니의 공연에서 남성과 여성 관중이 한 자리에 섞여 앉기도 했다.
또한 오는 18일에는 수도 리야드에 35년 만에 문을 여는 상업영화관 AMC 체인 극장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Black Panther)가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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