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맨부커상 운영위, 대만 작가 국적 표기 오락가락
'대만'으로 발표했다 중 항의에 '중국 대만', 비판여론에 '대만' 환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맨부커상 운영위원회가 수상 후보에 오른 대만 작가의 국적을 '대만'으로 표기했다 중국의 항의를 받고 '중국 대만'으로 변경했다 작가의 뜻 보다 중국의 주장을 우선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다시 '대만'으로 환원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운영위 측은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 작가 우밍이(?明益)가 포함된 올해 국제상 부문 13명의 1차 수상후보(longlist)를 발표했다. 2년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48)도 '흰'(영문명 'The White Book')으로 다시 후보로 지명됐다.
운영위는 애초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The Stolen Bicycle)'를 수상후보로 발표하면서 작가의 국적을 '대만'으로 표기했다. 소식을 들은 우밍이는 페이스북에 "(수상후보로 뽑혀) 매우 영광"이라면서 "국적이 '대만'으로 표기돼 더욱 영광"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국적 표기가 '중국 대만'으로 변경되자 3월29일 "내 뜻이 아니다"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그러자 운영위 페이스북에 운영위 측의 국적 표기 변경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맨부커상 운영위는 지난 4일 우밍이의 국적 표기를 다시 '대만'으로 바꿔 원래 표기로 되돌렸다.
운영위 홍보담당자는 국적 표기와 관련, 중국대사관측의 항의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영국 외무부에 공식 입장을 문의한 결과 "'중국 대만'이 올바르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표현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표기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4일 발표한 성명에서는 "(문학상인) 맨부커상은 국적을 정의하는게 아니라서 전 지구 시민이 선발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지난달 말 맨부커상 운영위 측에 "중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국적 표기를 원래로 환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 정부는 대만을 국가 처럼 취급하는 외국기업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이 웹사이트 국명 목록 표기를 '대만'에서 '중국 대만'으로 바꾼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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