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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4·3 완전한 해결" 약속에 눈시울 붉힌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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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4·3 완전한 해결" 약속에 눈시울 붉힌 유족들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풍성한 추모공연…예년과 달라진 분위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3일 열린 70주년 4·3희생자추념식에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유족과 도민을 위로했다.
매년 4월 3일 희망을 안고 추념식장을 찾았다가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곤 했던 유족들은 올해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데 대해 반가워하며 박수를 보냈다.
또한 올해는 유족 합창단과 연예인 등이 대거 참여한 추모공연과 시 낭송도 펼쳐져 추념식 행사를 예년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 "가슴 미어지지만 좋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오늘, 이날이 가슴이 미어지지만 좋네요."
제70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은 유가족을 비롯한 제주도민에게 '희망'을 안겼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12년 만에 추념식을 직접 찾아 추념사를 통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등 4·3의 완전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 등 대통령의 추념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유족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좋은 세상 올 수 있겠지"라며 유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생후 8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은 고복자(72) 할머니는 "이날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참 고마운 일이죠. 살다 보니 추념식에서 4·3을 해결해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고 할머니는 "다만, 얼굴도 모르는 우리 아버지가 정확히 어디로 끌려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 유골만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시아버지 등 일가족 4명을 잃은 윤순자(67·제주시)씨도 "반갑고 좋은 일"이라며 "부디 저세상에 계신 시아버님도 이날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4·3 당시 임신한 채 남편을 잃은 좌사남(89) 할머니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 흘러간 세월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좌 할머니는 "아무 소용이 없다. 예전에도 대통령이 와서 국민 잘 보살피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남편을 잃고 홀로 자식을 70세까지 키운 지난 세월은 어떤 약속으로 보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해 더 이상 추념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좌 할머니는 "그래도 마지막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 함께 부르는 '잠들지 않는 남도', 이효리·이은미 등 출연…달라진 추념식
이날은 국가 추념식에서는 처음으로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이 이뤄졌다.
4·3 유족 5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제주도립·시립합창단과 함께 이 곡을 불렀다. 합창에 맞춰 참석자들도 노래를 따라 불렀고, 곳곳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3을 소재로 한 노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 곡은 그간 각종 4·3 행사에서 불려온 곡이지만 국가 추념식에서 불린 적이 없다. 2015년 67주년 추념식 때는 이 곡이 식전행사 합창곡으로 계획됐다가 행사를 며칠 앞두고 다른 곡으로 변경돼 "행자부 압력으로 합창곡이 변경됐다"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유족 이숙영(75)씨는 무대에 올라 어머님을 그리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4·3 당시 학교 교장이던 그의 아버지는 총살당하고 음악교사이던 큰오빠는 예비검속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고 한다.
이씨는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 역사 앞에 설움을 씻어내며 부르게 될 희망찬 노랫소리….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다 가신 어머니.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마디마디 맺힌 한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라며 한을 품고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렸다.
이씨의 절절한 사연에 김정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제주에 이주한 가수 이효리는 행사 중간중간 작곡가 김형석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바람의 집'(이종형), '생은 아물지 않는다'(이산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김수열) 등의 추모 시를 낭독했다.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 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바람의 집),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생은 아물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통해 4·3의 아픔을 담담히 전했다.
가수 이은미는 잔잔한 목소리로 '찔레꽃'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추념식 서두에는 350여명이 희생된 북촌 사건을 소재로 소설 '순이삼촌'을 써 4·3을 전국에 알린 소설가 현기영이 추모글을 낭독했다.
4·3 추모곡 '4월의 춤'을 만든 가수 루시드폴의 연주와 함께 제주도립무용단의 공연도 진행됐다.
추념식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제주 전역에서는 묵념 사이렌이 울려 퍼져 추념식장을 찾지 못한 도민도 4·3 영령에 대한 추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4·3 추모를 위해 사이렌을 울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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