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되셨습니다" 휴대전화 사용 예비군들 예외없이 퇴소
군당국 훈련 중 핸드폰 사용 엄정 단속…적발 예비군 속출
영업직·자영업자 "생계와 맞물렸는데…제한적 사용 검토해야"
(괴산=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18-2번 선배님, 휴대전화 사용 적발되셨습니다. 통제실에서 퇴소 절차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께 충북 괴산군 청안 예비군훈련장 '검문검색' 교장에 조교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탄헬멧 속에 스마트폰을 숨겨 교육 시간 몰래 사용하던 '18-2번 예비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강제 퇴소된다는 안내 교육을 받은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예비군은 이렇다 할 항의도 못 한 채 교육장을 빠져나갔고, 강제 퇴소 조처됐다.
퇴소를 당하면 정해진 교육 시간 이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다른 날에 다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예비군 훈련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처벌'이다.
예비군 훈련 중 휴대전화 또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경고 없이 강제 퇴소 조처된다.
휴대전화 사용은 점심시간(오후 1∼2시)에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과거에도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은 있었지만,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5년 차 예비군 강모(29)씨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너무 노골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조교들이 봐줬는데, 최근 들어서는 휴대전화를 쓰다가 걸려서 퇴소하는 사람을 매번 본다"고 전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적발·퇴소 장면에 얼어붙은 예비군들은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에서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
육군 37사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예비군 훈련 기간 매일 1∼2명씩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강제 퇴소자가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에 대해 일부 예비군들은 볼멘소리한다.
청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5)씨는 "훈련 자체는 힘들지 않고 시설도 좋아졌는데 전화를 못 쓰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면서 "영업직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화가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예비군 3년 차 이모(28)씨는 "일반 병사들도 일과 시간 외에는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면서 "예비군도 훈련 대기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이 과거와는 확 달라졌다"면서 "예비군 훈련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은 곧 퇴소라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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