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3일부터 시작된 미세먼지 습격은 25일 농도가 최악으로 치솟는 등 닷새째 전국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서울·경기의 25일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1㎥당 각각 99㎍(마이크로그램)과 102㎍를 기록해 2015년 공식 관측이래 최악의 수치를 보였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서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시민들의 우려와 고통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이 필요할 정도"라거나 "여건이 되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1주일간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67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28일 오후부터 물러갈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 습격이 5~6월까지 계속 발생할 전망이며,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직후 대통령 '3호 업무지시'를 통해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을 한 달간 가동 중단시키는 등 미세먼지 대책을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7조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을 30% 감축하고 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70%까지 줄이기로 하는 등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 로드맵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수도권의 행정·공공기관 임직원에겐 차량 2부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공공부문 차량 2부제만으로는 오염 배출을 신속히 줄이려는 비상저감 조치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마저도 경찰서 등 서울 시내 행정기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이 있었던 25일에도 소각장을 가동할 정도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실정이다.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경유차 규제 등 특정한 분야에만 쏠려 있어 누락된 다른 오염 배출원이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이 각자 따로 노는 바람에 미세먼지 종합대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2014년 초부터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장폐쇄와 겨울철 학교난방 중단 등 초강력 규제와 단속을 통해 4년 만에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31.5% 감축한 점은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 여건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크게 달라 광범위한 규제를 일사불란하게 시행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대기 오염원을 규제해 오염원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는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재난 수준이 된 미세먼지 대책의 콘트롤타워를 청와대로 격상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의 미비점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국회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미세먼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정도로 미비한 입법 실태를 점검하고 신속하게 관련 입법에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과 관련해 중국 등 국외 영향이 고농도 시에는 60∼80%로 추정되는 만큼 환경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중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외교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청원에 11만6천여 명이 동참했고, 인터넷에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반중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반중 감정이 양국 관계에 해가 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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