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가부채 54%가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인 현실
(서울=연합뉴스) 세수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500조 원을 돌파했다. 공무원·군인 연금의 충당부채가 급증한 데다 정부 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채 발행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년 중앙·지방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D1) 또한 660조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조8천억 원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초로 650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8.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의 결산 심사를 거쳐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해 국가자산은 2천63조2천억 원, 국가부채는 1천555조8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7조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조3천억 원 줄었다. 1년 새 자산은 96조4천억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부채가 122조7천억 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작년 국가부채를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눈 국민 1인당 빚은 3천24만 원으로 전년(2천797만 원)보다 8.1%(227만 원) 늘었다. 이 또한 사상 처음 3천만 원을 넘어선 것이다. 작년 국가부채 증가의 76%인 93조2천억 원은 공무원·군인 연금의 충당부채가 늘어난 것이고, 국채 발행에 따른 증가분이 31조8천억 원이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 폭은 2013년 통계 방식을 바꾼 이후 최대였다.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의 총 충당부채는 845조8천억 원으로 국가부채 총액의 54.4%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말한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적을 경우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만 한다는 점에서 나랏빚에 포함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연금충당부채 증가분 93조2천억 원 중 88.7%인 82조6천억 원은 '할인율' 인하 등 재무적 요인에 따른 것이고, 공무원·군인의 수와 재직자 근무 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증가분은 11.3%인 10조6천억 원이라고 한다. 할인율은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것으로,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해 부채의 현재가치가 올라간다.
공무원·군인 연금의 만성적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금충당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 일자리 대책 중 하나가 공무원 증원인 점을 고려하면, 연금충당부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천 명을 증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가부채의 빠른 증가세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2011년 773조5천억 원이던 국가부채는 6년 만인 지난해 약 2배로 불어났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증가세라고 한다. 공무원 증원 규모와 속도를 적절한 선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등에 비해 수령액이 많은 공무원·군인 연금을 개혁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두 연금을 지금처럼 두면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확충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납세자인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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