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화물 운송업계 지원 약속 안 지키는 부산항만공사
"대형운송사들 비협조 때문"…업계 "끝내 안 지키면 운송 거부"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만공사가 환적화물을 한 부두에서 다른 부두로 옮기는 업체들에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약속하고도 9개월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항만공사는 지난해 7월 31일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환적화물 운송업계 대표와 만나 "컨테이너 하나당 4천원의 운송비를 지원해 적정 운임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항만공사는 자체 예산으로 2천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2천원은 환적화물 운송을 맡긴 대형운송사들로부터 받아서 주기로 했다.
환적화물 운송업계가 "대형 운송사에서 받는 운임이 터무니없이 낮아 더는 견딜 수 없다"며 운송 거부를 선언하자 물류차질을 막기 위해서 이런 약속을 했다.
부산항의 한 부두에서 내린 환적화물을 다른 부두로 실어나르는 트레일러는 200여 대, 기사는 300여 명이다.
이들이 대형업체에서 받는 운임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는 1만2천500원∼1만7천500원, 40피트짜리는 1만6천500원∼2만1천500원에 불과해 기름값을 빼고 나면 택시비에도 못 미친다.
기사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도 손에 쥐는 돈은 월 250만원이 안 된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임금마저 낮아 시내버스 등으로 떠나는 기사들이 많아 업체들은 20∼30%의 차를 놀리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다며 지난해 8월 1일부터 환적 컨테이너 운송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차를 멈추면 부산항 전체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가 나서 대형운송사를 상대로 운임을 올리도록 설득하는 등 합의를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대형운송사들은 '선사에서 받는 돈이 적어 더 줄 수가 없다'거나 '시장에서 해결할 문제에 왜 공기업이 개입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운임인상을 거부했다.
항만공사는 운송비 일부 지원, 환적화물 수송업체들의 실태 조사, 이를 토대로 한 구간별 적정 운송료 산정, 환적화물 운송사 통합 등 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업계는 이를 받아들여 운송 거부를 유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나도록 운송료 지원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업계와 트레일러 기사들은 "정부와 공기업이 우리를 속였다"고 반발하며 다시 운송 거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만공사는 지난해 약속을 이행하려고 예산 8억원을 마련했으나 대형운송사들은 끝내 지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지급할 명분이 없어진 상태라고 해명했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인 대형업체들이 운송비를 추가로 내놓으면 항만공사도 부산항 운영 효율을 높이고 업계의 상생 노력을 돕는다는 명분을 살릴 수 있지만, 대형업체들이 거부하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운임 성격의 도로안전운임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시행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우린 그때까지 버틸 힘이 없다"며 "항만공사와 대형운송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운송 거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형운송사들이 계속 지원을 거부하자 환적화물 운송업계 대표는 최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해결책 마련을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토부, 해수부, 대형운송사, 환적화물 운송업계 등이 함께 해결책을 찾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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