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브로드컴' 호평 트럼프, 넉달후 '안보위협' 지목 이유는
"美, 中 5G 시장 장악 우려…중국에 득 되는 IT M&A 봉쇄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넉 달 전 '대단한 기업'이라고 호평한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을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 위협 기업이라고 지목하며 퀄컴 인수를 가로막아 배경이 주목된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 반도체 기업인 퀄컴에 대한 브로드컴의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로드컴이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매우 대단한 기업 중 하나"라고 치하한 것과 대조적인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호의를 베풀었다.
브로드컴이 미국에서 7천500명의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치하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넉 달 만에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한 것은 차세대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을 중국에 뺏기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퀄컴이 싱가포르 브로드컴에 넘어갔다가 중국 화웨이와 5G 상용화 경쟁에서 밀리거나 중국계 기업에 재인수되면 미국이 5G 표준 설정과 기술 개발 선도력을 중국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스 보고서에 따르면 퀄컴은 전 세계 5G 필수 특허의 15%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노키아가 11%,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1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국가안보 우려가 브로드컴과 제3국 기업 간 관계의 위험과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퀄컴 매각 금지를 건의한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결정에 정통한 소식통도 "미군은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10년 내 이 기술(5G)의 모든 분야에서 화웨이가 유일한 시장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그러면 미국 통신사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화웨이 제품을 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FIUS와 트럼프 대통령이 브로드컴과 퀄컴 간 인수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거래를 막고 나선 것은 중국 기업의 정보기술(IT) 시장 장악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을 반영한다.
CFIUS는 지난 5일 퀄컴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이번 적대적 인수에 따라 퀄컴이 남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며 "화웨이와 다른 중국 통신 기업에 대한 국가안보 우려가 널리 알려진 점으로 볼 때 중국이 5G를 지배하는 상황이 미국 국가안보에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를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8년간 2건의 미국 기업 인수를 금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만에 2건을 막는 등 미국 기업 지키기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IT 기술 면에서 중국에 득이 되는 어떤 인수·합병(M&A)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경제정책 연구원은 "이번 결정은 모든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커다란 '판매 불가(not-for-sale)' 신호"라며 "중국 기업들이 퇴짜맞을 반도체 기업 인수 거래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M&A에 대한 CFIUS의 견해가 크게 변했다며 "관심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현존 기술이 경쟁국 손에 들어가는 것에서 미국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지속해서 투자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1975년 설립된 CFIUS는 주로 외국인 투자 연구기관 역할을 했지만 1980년대 일본 후지쓰의 미국 반도체 업체 페어차일드 인수 시도를 막으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CFIUS는 현재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통제권 확보를 초래할 M&A에 대해 조사해 국가안보를 위협할지에 대해 판단한다.
CFIUS는 수십 개 국가의 다양한 산업과 기업 관련 거래를 검토하지만 2013~2015년 검토한 거래 중 약 20%가 중국 투자자 관련 거래일 정도로 중국 기업 관련 거래에 대한 검토가 늘고 있다.
국무부와 국방부, 법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 등이 참여하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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