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암 수술 두 달 만에 金 멘텔-스피 "스노보드 타는게 행복"
"악성 종양으로 다리 절단…소치 대회 金 따고 '황연대 성취상' 수상
1월 암 수술 받고 2개월 만에 출전…스노보드 크로스에서 금메달
(평창=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평창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데, 메달까지 따게 돼 더욱 기쁘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암 수술 후 2개월 만에 참가해 금메달을 수확한 네덜란드의 스노보드 간판 비비안 멘텔-스피(46·여)는 13일 평창선수촌 내 웰컴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평창 대회 금메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멘텔-스피는 전날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크로스 여자 하지장애(SB-LL2)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노보드가 시범종목으로 도입된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이다. 이번 평창 대회에서 스노보드가 정식 종목이 됐기 때문에 초대 챔피언인 셈이다.
더욱이 멘텔-스피는 2014년 소치 대회 때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로부터 대회 최우수상격인 '황연대 성취상'을 수상했던 터라 이 상의 제정자인 황연대 여사의 나라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게 돼 의미가 남달랐다.
멘털-스피의 도전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 그 자체다.
1990년대 초반 스노보드에 푹 빠져 다니던 로스쿨까지 그만둔 그는 선수 생활 중 발목을 다쳤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수술로 이 종양을 떼어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종양이 재발해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올림픽의 꿈을 이루지 못한 멘텔-스피는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의족을 한 채로 스노보드 선수로 훈련에 전념했고, 12년 만에 출전한 소치 대회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따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선수에게 주는 '황연대 성취상'을 받은 건 그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그의 고난과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암이 재발했고, 평창 대회를 2개월 앞둔 지난 1월 목에 있던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느라 훈련 기간은 고작 3주 정도에 불과했다.
그는 악조건에도 평창 대회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수술을 받은 후 선택지는 2가지였다. 침상에 누워 있거나 아니면 일어서 운동을 하고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것,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면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스노보드를 타는 게 행복했고, 운동을 통해 내 면역력을 키우고 싶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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