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첫 정상회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美 '제재지속' 확고
"합의 이를 때까지 제재 계속"…과거 되풀이 않겠다는 의지
북한, '행동 대 행동' 제재해제 요구할듯…북미협상 시험대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전격 제의한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미국은 확실한 비핵화가 보장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공개한 이후 트위터를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합의에 이를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표명한 비핵화 의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져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관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대가로 북한에 '당근'을 제공하고 북한이 또다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 핵 개발을 지속해온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였다.
정 실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그 같은 인식을 고려한 언급으로 읽힌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물론, 북미대화로 제재 '연대'가 흐트러지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 등 우방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일 "튼튼한 국제적 제재 가운데 남북대화가 이뤄지고 그다음에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이뤄지고 거기서 뭔가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 국제적인 합의 속에서 제재가 완화되는 것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임의로 완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의사를 갖고 있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오는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브리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눈길을 끈다.
미 국무장관이 때때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북한 관련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안보리에 직접 나서는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외교가에선 맥매스터 보좌관이 급진전하고 있는 북미 간의 외교적 접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미국이 최정상급에서 북한과 외교적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확고한 비핵화 조치가 보장될 때까지 대북제재는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이해를 표시하는 등 당장은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논의가 본격화되면 북한이 태도 변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측이 '행동 대 행동'을 요구하며 미국 측이 가장 먼저 취할 조치로 미국은 물론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때문에 제재 완화·해제 문제가 북미 간 협상에서 '초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전례를 볼 때 북한은 핵동결과 사찰·검증 등 최종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경제 지원, 체제보장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 요구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은 제재 지속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대북제재에 대해 미국이 결단해야 할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대북 제재를 완화·해제하더라도 한꺼번에 푸는 것보다 북한의 행동에 맞춰 단계적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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