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FTA 협상중인데…캐나다·멕시코만 관세 면제?
美, 무역촉진권한 시한 때문에 나프타 협상은 서둘러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고 있는데 캐나다, 멕시코는 빠지고 한국은 왜 못 빠졌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현지시간) 수입철강 관세부과 결정과 관련해 한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철강 규제조치에 서명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적용 보류 결정을 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나프타)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프타 재협상이 관세부과 조치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FTA 개정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1일까지 232조 적용 결과를 발표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나 일찍 서둘러 발표한 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그 배경에 TPA(무역촉진권한)가 관련됐는 분석을 내놨다.
TPA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관세·비관세 장벽에 관한 무역협정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무역협정의 국내 이행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권한이 한시적이라는 데 있다. 2015년 8년 만에 부활된 TPA는 오는 6월 30일 만료된다.
이렇게 되면 무역협정 협상 관련 권한이 행정부에서 의회로 돌아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이전에 연장 절차를 밟겠지만 의회 승인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그런데 나프타는 TPA 절차에 따라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TPA가 만료되면 나프타 협상과 관련한 행정부의 주도권도 역시 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현행 TPA를 적용해 의회 비준절차까지 마무리하려면 이달 31일까지 협상을 타결하고 개정 협정에 대한 서명 의사를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다음달까지 협상이 지연되고 TPA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나프타 협상이 표류될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프타 협상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한 지렛대로 8일 철강 관세부과안에 사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미FTA는 TPA 절차를 생략한 채 진행되고 있다. 전면 개정이 아닌 부분 개정을 시도할 경우 TPA 절차를 밟지 않는 게 미국 행정부로서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협상은 TPA 절차와 관계 없기 때문에 굳이 '면제 후 FTA 협상'이라는 '당근'을 내걸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나프타 연계 전략 때문에 우리가 중요성에서 밀려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만 면제 조치한 것은 나프타 내의 규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 통상교섭본부장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나프타에는 최혜국대우(MFN) 이상으로 글로벌하게 추가 관세를 매길 때는 파트너를 의무적으로 빼줘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나프타는 재협상 중이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법적 효력이 있는 상태"라며 "한미FTA에도 비슷한 규정이 포함됐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 조항으로 들어가 있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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