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감성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소지섭의 멜로호흡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오는 14일 개봉하는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장훈 감독)는 여름을 닮았다.
녹음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첫사랑의 감성, 쏟아지는 장맛비 같은 눈물과 슬픔,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웃음까지. 장마와 함께 찾아온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를 한여름의 수채화처럼,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낸다.
수아(손예진)는 자신이 그린 동화책 속 펭귄 엄마처럼, 장맛비가 처음 내리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세상을 떠난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초등학교 1학년 아들 지호(김지환)와 단둘이 남은 우진(소지섭)은 모든 게 어설프다. 계란프라이는 태우기 일쑤고, 셔츠의 단추조차 엇갈려 끼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여름 장마가 시작되던 날. 수아는 기적처럼 부자 앞에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기억을 잃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한다. 우진과 지호는 수아가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우진은 수아에게 둘의 첫 만남과 첫 데이트 등 과거를 들려주며 첫사랑이었던 수아와 두 번째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이치카와 다쿠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05년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판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일본 멜로영화 하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소지섭과 손예진 주연으로 다시 태어난 한국판은 담백한 일본판에 비해 감정이 한층 더 깊어지고, 이야기도 풍성해진 느낌이다.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되, 소소한 설정과 에피소드는 달라졌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우진의 출근길 풍경, 숲 속의 기찻길 터널 등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반면, 일본판 남자 주인공이 과거 육상선수였다면, 한국판에서는 수영선수 출신으로 나온다. 지역 축제에 놀러 갔다가 쓰러진 아빠 이야기 역시 한국판에서는 아들의 학교 운동회로 무대가 바뀐다. 우진의 '절친' 홍구(고창석) 등 주변 인물들이 원작보다 제법 비중 있게 나오는 점도 차이점이다. 이들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는 감초 역할을 한다.
영화는 우진과 수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진다. 두 사람은 고교 1학년 때 처음 만났지만, 대학생이 돼서야 설레는 첫 데이트를 시작한다. 친구의 어설픈 조언에 따라 보타이와 화려한 원색 양복을 입고 데이트에 나온 소지섭의 모습 등 서툰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의 모습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었던 연애 세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랑에 빠진 이들 가족에게 허락된 시간은 마지막 장맛비가 그칠 때까지다. 그래서 이들은 비가 내릴수록 웃고, 맑게 갠 하늘을 보고는 눈물을 흘린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한 수아는 아들에게 계란 프라이하는 법, 청소기를 돌리는 법 등을 알려준다. 아들은 그런 엄마를 위해 학예회 무대에서 씩씩한 공연을 펼친다. 이들의 절절한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하는 이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손예진은 웃을 때 반달 눈이 되고, 울 때는 눈가와 코끝이 빨개진다. 그의 표정만으로도 '멜로연기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이해가 된다. 출연한 지 15년이나 지난 '클래식'(2003), '내 머리속의 지우개'(2004) 등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온 소지섭도 순수하고 묵직한 감성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올해 만 8살인 아역배우 김지환의 활약도 두 배우에게 밀리지 않는다. 이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일본판의 러닝타임은 118분이지만, 한국판은 13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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