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청년이 中企 기피하는 이유…첫직장이 10년 좌우"
"대졸남성 첫 임금이 10% 높으면 10년후에도 4% 높아"
"정부 개입으로 첫 일자리에 따른 생애소득 격차 줄여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전성 강화하는 구조조정 필요"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이 10년 정도 고용이나 임금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년들이 미취업 상태를 감수하면서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첫 직장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공개한 한요셉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의 보고서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에 따르면 첫 일자리의 임금이 일을 시작한 후 10년 이상 임금이나 고용 상태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1∼2년 차 때의 임금은 평균보다 약 4.5% 정도 높고 11년 차 이상에서는 약 3.8%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이 장래에 미치는 영향은 대졸자에게 더 컸다.
4년제 대졸 남성은 경우 첫 일자리 임금이 평균보다 10%보다 높은 경우 1∼2년 차의 임금은 평균보다 약 4.6% 높고, 9∼10년 차에도 4.4%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첫 직장의 임금은 향후 고용확률과도 관련이 있었다.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고용확률이 1∼2년 차에서 1.6% 포인트 이상 높고, 11년 차 이상에서도 대략 1.2% 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첫 직장의 규모도 향후 임금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고졸 남성의 경우 첫 직장의 종사자 수가 100명 이상인 경우의 임금이 100명 이하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평균 임금보다 1∼2년 차 때 11% 정도 높았고 이런 차이가 없어지려면 입사 후 5∼6년이 걸렸다.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1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임금은 그보다 작은 규모의 사업자 종사자보다 1∼2년 차 때 약 13% 높았고 9∼10년 차에도 9% 정도 높은 수준이 유지되는 등 첫 직장의 효과가 장기간 이어졌다.
첫 직장에서의 고용 형태도 장래 임금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4년제 대졸 남성의 경우 첫 직장에 상용직으로 근무하면 1∼2년 차 때 임금이 임시·일용직인 경우보다 약 14% 높았고 9∼10년 차에는 약 15%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첫 직장이 장래의 임금이나 고용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청년들이 좋은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한데 청년 미취업자가 넘치는 현실도 비슷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경력 초기의 불운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게 하려면 궁극적으로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차원의 조정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또 "구조개혁이 당장 이뤄지더라도 성과 가시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경력 초기 일자리 특성에 따른 생애 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부의 개입이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고서는 중소기업 근로 청년에 대해 소득지원을 하는 경우 특정 중소기업 근속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청년들이 본인에게 적합한 직장을 찾아가는 경력 형성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력 형성형 이직·창업이 충분히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청년 취업 프로그램이 단기적·반복적 일자리 창출로 흐르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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