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렵다'던 위성우 감독 엄살…결론은 역시 우리은행
외국인 선수 선발에 차질, 양지희 은퇴 공백 딛고 정규리그 6연패
위성우 감독, 지난달 부친상 중에도 2위 팀과 맞대결 직접 지휘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외국인 선수도 두 명 다 바꿨고, 양지희는 은퇴했고…. 올해는 어렵습니다. 이건 진짭니다."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7) 감독에게는 '연례행사'가 두 개가 있다.
시즌이 시작하는 가을에는 "올해는 다른 팀들의 전력이 워낙 좋아져서 정말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라고 엄살을 떠는 것이고, 시즌이 끝나는 봄에는 우승 헹가래를 받은 뒤에 혹독하게 다뤘던 선수들에게 '앙갚음 폭행'을 당하는 것이 또 하나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 코치였던 2007년 겨울리그부터 지난 시즌까지 11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신한은행 코치로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6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고, 우리은행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해 10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또 '엄살'을 부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두 명이 모두 부상 때문에 합류가 안 돼서 대체 선수를 뽑아야 했다. 골밑을 지키던 양지희도 은퇴하고 올해는 정말 쉽지 않다."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정은을 영입했지만 부상 경력이 있어서 불안한 면이 있었고, 오히려 보상 선수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김단비를 내주면서 휑한 느낌이 더 커졌다.
또 양지희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 이선화마저 은퇴하는 등 올해 위 감독의 '엄살'에는 살짝 속아 넘어갈 만한 구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시즌 개막과 함께 우리은행은 신한은행, 국민은행에 연달아 패하면서 2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35경기를 33승 2패로 마쳤던 우리은행이 시즌 개막을 '2연패'로 한 것은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러나 최근 5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석권해온 우리은행의 '우승 DNA'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최고참 임영희(38)가 팀의 중심을 잡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독식한 박혜진(28)도 빠른 위기 탈출에 앞장섰다.
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나탈리 어천와(26)도 특유의 건실한 플레이로 팀에 녹아들었다.
온양여고 출신으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향팀' 우리은행에 몸담은 김정은(31) 역시 경기당 33분 넘게 뛰며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냈다.
2013-2014시즌 이후 4년 만에 정규리그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최근 2년 연속 평균 득점 한 자릿수의 부진에서도 벗어났다.
여기에 이은혜(29), 최은실(24), 홍보람(30) 등이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해내 6년 연속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개막 2연패 충격을 이후 16경기에서 15승 1패로 가볍게 만회한 우리은행은 끈질기게 따라붙은 국민은행의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 한 번 정규리그 1위를 지켜냈다.
특히 위성우 감독은 지난달 말 부친상을 당하고도 바로 다음 날 국민은행과 맞대결에서 벤치를 지키며 선수들의 시즌 막판 투혼을 독려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우리은행은 통합우승으로 가는 길이 그 어느 해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 삼성생명과 승차가 무려 15경기나 됐지만 올해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야 힘겹게 1위를 확정했을 정도로 판세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2위 국민은행과 3위 신한은행의 승자를 상대로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는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의 6시즌 연속 통합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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