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시진핑 '1인 체제' 군사·경제 압박에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5일 개막한다. 이번 전인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종신 권력'에 가까운 절대권력을 거머쥐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이목이 쏠려 있다.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인대는 중국 국가주석의 '2연임 초과 금지'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의결한다. 앞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달 말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 삭제, '시진핑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명기, 중국 공산당의 영도조항 신설, 헌법상 독립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 신설 등을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전인대에 건의했다. 모두 시 주석의 절대권력 공고화를 위한 장치들이다.
중국의 헌법 개정은 이번이 5번째로, 1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1982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마련된 중국 헌법은 1988년, 1993년, 1999년, 2004년에 개정됐다. 4차 개헌에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주석의 '3개 대표론'이 지도 사상으로 채택되는 등 최고 지도자들의 권력의지가 일부 반영된 적은 있지만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등 권력구조와 관련한 핵심 내용이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헌은 전인대 전체 대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전인대에서 헌법개정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4년 4차 개헌안도 99.1%의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된 바 있다.
중국의 이번 헌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시 주석은 당초 임기인 2022년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는 헌법상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3연임은 물론 종신집권도 가능하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는 중국의 권력구조가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 1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1인 지배체제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 국가주석 연임 제한, 후계자 사전 지명 제도인 '격대지정'(隔代指定) 등을 중국 공산당의 권력 운용 원칙으로 정했다. 이러한 원칙은 장쩌민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 시 공고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시 주석은 5년의 2차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격대지정' 관례를 깨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 채 상무위원 7명 대부분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집단지도체제를 유명무실화하면서 1인 권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69) 전 상무위원이 '7상 8하'(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관례를 깨고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 중국 당국은 최근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창업자 겸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신흥 석유기업인 화신능원(華信能源)의 예젠밍(葉簡明) 회장을 구속했다. 이는 모두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상하이방 등 다른 정파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시 주석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단일지도 체제로의 퇴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패권추구에 따른 한반도 정세불안이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19차 당 대회 개막연설에서 '중국몽'(中國夢)을 거론하며 2050년까지 군사·경제·문화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해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보복을 경험했다.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군사력 과시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에는 중국 군용기 1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을 침입해 울릉도 서북방 54㎞ 지점까지 북상했다가 돌아갔다.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동원한 서해 군사훈련도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의 1인 지배체제 강화와 맞물려 한층 더 거세질 군사, 경제, 외교적 압박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분야별로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 면밀히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한미동맹 균열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미국과의 공조체제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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