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의 정을 춤사위로' 파독간호사 무용단 고국 무대에 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아리랑 무용단'(단장 김혜숙)이 고국 무대에서 애환과 망향의 정을 춤사위로 풀어낸다.
무용단은 오는 29일과 31일 오후 각각 남산 국악당과 노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우리나라 고전무용인 살풀이와 지전무, 북놀이 등을 1시간 넘게 선보인다.
고희가 넘은 파독 간호사 15명과 이들의 후손 5명 등 20명으로 꾸려진 무용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초청으로 오는 22일 방한해 경기도 양평의 한 합숙소에서 머물며 연습할 계획이다.
무용 지도는 국내에서 '춤사랑 무용단'을 이끄는 고진성·이지연 부부가 맡았다. 지난 2월 초 독일을 방문해 무용단에 춤사위를 전수한 부부는 4년 전부터 현지에서 재독동포 2∼3세들을 모아 전통춤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번 공연을 주선한 이경철 노원구의회 의원은 1일 연합뉴스에 "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70세가 넘었지만, 고국 무대에 올라 망향의 그리움과 한을 풀어내게끔 하는 것이 우리가 그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며 "많은 분이 찾아와 격려해 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 의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와 서울시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답교놀이의 이수자이다.
'아리랑 무용단'의 단원은 16명이었지만 고국 무대를 앞두고 1명이 세상을 떠났다. 앞서 오랫동안 무용단을 꾸려왔던 서정숙 전 단장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지난 2016년 11월에 고인이 됐다.
2015년에 이어 두번째로 이들의 공연을 주선하는 이 의원은 "어쩌면 아리랑 무용단의 국내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파독 간호사들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독일의 부족한 간호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고국을 떠났으며, 피고름과 시체를 닦아내며 번 돈을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고국으로 송금했다.
서 전 단장을 비롯한 간호사들은 타향살이의 고단한 삶과 설움을 극복하고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1990년 도르트문트를 중심으로 '아리랑 무용단'을 만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동포 2∼4세들에게 우리의 전통무용을 보급하고 현지 무대에서 한국을 아름다움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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