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기훈 강릉선수촌장 "노로바이러스와 북한…잘 넘어가서 다행"
"노로바이러스 위기 잘 넘겨…북한 선수들 협조도 감사"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솔직히 따분할(?) 정도로 큰일이 없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 동안 열전을 마치고 25일 오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폐회 선언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자 누구보다 안도의 한숨을 길게 뿜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강릉선수촌의 총책임자로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한 김기훈(51·울산과학대 교수) 촌장이다.
김 촌장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계주와 1,000m에서 정상에 오르며 2관왕을 차지했고,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1,000m 금메달을 따낸 한국 쇼트트랙 1세대 스타다.
현역 생활을 끝내고는 울산과학대 사회체육과 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김 촌장은 평창올림픽이 빙상지역(깅릉)과 설상지역(평창)으로 나눠 치러지면서 한국 빙상 종목의 상징적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인정받아 강릉선수촌의 총책임자를 맡았다.
김 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경기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마지막 선수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선수촌장의 임무"라며 "오는 28일 폐촌 선언이 있을 때까지는 아직 임무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릉선수촌은 대회 기간 평창선수촌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대회 초반 운영인력 숙소에서 발생한 노로바이러스와 강릉선수촌에서 지낸 북한 선수단 때문이다.
김 촌장은 무엇보다 노로바이러스가 선수촌으로 감염되지 않은 게 총책임자로서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입촌한 선수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신경을 집중했다. 식약청과 보건복지부에서 많은 도움을 줘서 잘 이겨냈다"라며 "자원봉사자와 선수촌 운영인력들이 선수들에게 노로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애를 많이 썼다. 그런 노력 때문에 더 안전하고 무사하게 대회를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선수촌 식당이 가장 걱정돼 매일 식음료 담당 매니저들과 음식 상태를 점검했다. 또 선수들 주거지역에서 일하시는 운영인력들도 조심을 많이 하시면서 큰 위기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촌장은 특히 "많은 사람이 모여서 지내는 곳이다 보니 사소한 사건과 사고도 있었지만 큰 문제로 번진 것은 없었다. 이런 것을 관리·감독하는 게 나의 임무"라며 "선수촌 시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거의 없었다. 뭐랄까 따분할 정도로 잘 지나갔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보통 오후 9시에 선수촌 숙소로 들어가면 뉴스 등을 보고 자정을 넘겨 잠을 잤다"라며 "큰 사건 사고가 없어서 하루 6~7시간 정도는 잤다. 선수들이 나를 편하게 해줬다"라고 덧붙였다.
노로바이러스만큼이나 신경을 쓴 부분은 바로 북한 선수단이다. 북한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김 촌장도 관심을 더 둘 수밖에 없었다.
김 촌장은 이에 대해 "북한 선수단이 다른 나라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선수촌의 규정을 잘 따라줘서 문제라고 할 게 없었다"라며 "북한 선수들은 물론 임원들과도 잘 지냈다. 입촌식을 할 때도 북한 선수단에서 별다른 요청이 없었다. 북한 선수단이라고 특별 대우를 해준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북한 선수단이 '특수장비'로 북한 방송을 시청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보고가 안 됐다. 그런 일이 없었으니 보고가 안 됐겠죠"라고 웃어넘겼다.
김 촌장은 "기본적으로 선수촌에서 지내는 선수들 방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매뉴얼에 따라 TV가 설치되지 않는다. 저도 선수촌에서 지냈는데 제 방에도 TV가 없어서 따로 요청해 설치했다"라며 "북한 선수단에도 다른 나라와 똑같이 단장 방에만 TV가 한 대 설치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회 일정을 마친 김 촌장은 본연의 업무인 강단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8일 폐촌이 선언되면 학교로 돌아간다, 3월 2일이 개강이라서 강의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라며 "선수촌에서 지낼 때보다 더 바빠질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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