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활동가 성추행' 천주교인권위 간부 내사 착수
피해자 '미투'로 알려져…"친고죄 폐지로 조사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국내 대표적 인권단체 중 하나인 천주교인권위원회 간부가 4년 전 여성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폭로와 관련해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과거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한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어서 가톨릭계 인권운동 진영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천주교인권위 간부 A 씨가 2014년 지역의 한 여성활동가 B 씨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A 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확인하고자 최근 내사에 착수했다.
앞서 B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자신이 2014년 A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A 씨가 자신에게 사과한 뒤에도 지인들에게 성추행 행위가 합의로 이뤄진 양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녀 추가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A 씨는 B 씨의 폭로가 나온 뒤 SNS에 "용납될 수 없는 일로 큰 잘못을 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려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표시해야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조항은 2013년 6월 폐지됐다. 따라서 A 씨의 행위가 실제로 2014년 발생했다면 피해자 B 씨의 고소 없이도 수사를 거쳐 처벌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올린 글에서 행위 시점이 특정되고, 시기적으로 친고죄 조항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사안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인지된 상황에서 원칙에 따라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초 사실 확인과 법리 검토를 거쳐 당사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B 씨는 앞서 피해 사실을 인권운동 진영의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묵살된 사실을 SNS에 거론하며 '방조자'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B 씨가 지목한 활동가들은 폭로가 나온 뒤 "동료 활동가가 겪은 폭력과 고통에 감정이입하고 헤아리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사과 입장을 내놨다.
A 씨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등 국내 여러 인권운동 현안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경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사건을 조사하고자 작년 8월 발족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민간위원도 맡고 있었다. 그는 B 씨 폭로가 나온 이후 지난 14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한 신부도 과거 아프리카 선교봉사활동 당시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한 사실이 피해자 폭로로 최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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