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D 콩쿠르 우승' 손정범 "피아노 잘 치고 싶은 열망 더 커져"
3월 8일 금호아트홀서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 번도 피아노 이외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피아노를 너무도 사랑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치고 싶은 열망도 점점 더 커져요."
작년 9월 독일 최고 권위의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우승한 손정범(27)은 지난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더 발전하고 싶다", "더 연습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ARD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지 고작 5개월. 달콤한 기쁨을 여전히 즐기고 있을 법하지만, 그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1952년 시작된 ARD 콩쿠르는 현악기, 관악기, 성악 등 클래식 전 분야를 망라하는 콩쿠르로, 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자가 나온 건 손정범이 최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작년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에 이어 또 한 번 등장한 대형 콩쿠르 우승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콩쿠르 이후의 근황에 대해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 도시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콩쿠르 우승으로 3년 동안 독일 유명 공연장에서 50번의 연주 기회를 부여받았다. 슈투트가르트, 뮌헨, 드레스덴, 바이마르, 라이프치히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연주가 예정돼 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의 독주회는 실황음반 제작 및 독일 전역으로의 TV 생중계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그는 오는 4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명 클래식 축제인 '루어 피아노 페스티벌' 무대를 기대 중이다.
"아르헤리지 등도 참여하는 큰 규모의 피아노 페스티벌이에요. 감사하게도 벌써 제 공연이 매진됐대요. 아직 'ARD 콩쿠르 우승자'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으신가 봐요. 부담을 느낀다기보다는 더 책임감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표현에 있어 조금 더 직관적인 느낌을 따랐다면,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조심하게 돼요."
8세 때 '금호영재 콘서트'로 데뷔한 손정범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뮌스터 음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2011년 조르지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특별상, 발티돈 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4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3위 등 국제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혀왔다.
"한 번도 피아노 이외의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만 쳤지만, 매너리즘에 빠졌던 시기도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발전하고 싶은 욕심이 커요. 콩쿠르 우승 전까지는 조금 더 가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관객들에게 더 양질의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욕심이 큽니다."
그는 오는 3월 8일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열고 그간의 성장을 증명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d단조, 쇼팽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연습곡,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을 선보인다.
그는 "콩쿠르 이후 서울에서 여는 첫 독주회라 데뷔 무대를 앞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특히 슈베르트는 대학교 시절 은사(강충모)의 연주를 듣고서 꼭 한번 쳐보고 싶던 곡입니다. 꼭 선생님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던 곡이거든요. 제게 가장 잘 어울리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올해 상반기 독주회를 소화할 예정이다.
"'어떤 홀에 서겠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싶다' 식의 꿈은 없어요. 다만 연주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결국 제 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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