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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공개최·평화 염원 담은 두 대의 피아노, 하나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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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성공개최·평화 염원 담은 두 대의 피아노, 하나의 소리
평창출신 신은혜 작가, 올림픽플라자 인근에 높이 240㎝ 피아노 '잇다' 전시



(평창=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평창 올림픽플라자 인근에는 높이가 240㎝에 달하는 독특한 피아노가 있다.
업라이트 피아노 위에 같은 종류의 또 다른 피아노를 거꾸로 붙여 마치 '데칼코마니'같은 느낌을 주는 피아노다.
두 대의 피아노 현이 이어져 있어 한 대의 건반을 누르면 이어진 피아노에서도 같은 소리가 울리는 이 피아노 작품의 이름은 '잇다'.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평창 출신 '음악을 그리는 작가' 신은혜(45·여)씨다.
신 작가에 따르면 '잇다'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과 평화라는 의미를 피아노에 담아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피아노 두 대를 위아래로 붙여 동시에 소리가 나게 한 그의 참신한 상상력이 실현되기까지는 한 달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피아노를 잇는 작업은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라 소리가 어떻게 날지, 정말로 실현 가능할지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한다.
한 대당 200㎏이나 되는 피아노 두 대를 안전하게 설치하고자 전문 시공팀과 피아노 조율사와 의논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두 대를 합치면 높이가 240㎝나 되는 데다 피아노를 뒤집어서 올리려면 크레인 작업도 필요해 실내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마당에서 작업해야 했다.
외관을 색칠할 때면 붓과 물감이 1분도 채 되지 않아 얼어버렸고, 강추위에 손과 발이 시려 히터를 틀어둔 차 안에서 몸을 녹이며 작업했다.
얼핏 보면 한 대의 피아노라 봐야 할지 두 대의 피아노라 봐야 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건반을 눌러보면 같은 소리가 나는 '잇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작품에는 신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현악기와 관련된 모든 소품을 해체하고, 재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구축해내는 오브제 기법과 물의 우연성을 내포한 수채화 기법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그는 예술계에 화려한 인맥도, 소속도 없으나 예술가라면 한 번쯤 꿈꾸는 뉴욕의 아고라 갤러리 전속작가로 위촉됐을 정도로 작품세계와 기법을 인정받기도 했다.



신 작가는 "나는 어린 시절부터 통일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성장한 세대다. 현재 정치적으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예술가로서 역사적 담론에 동참하는 일 또한 의미 있는 일이며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잇다'가 다음 남북한 세대를 위한 메신저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평화를 기념하는 곳이나 공공기관에 입양되는 것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신 작가는 "작품을 만들며 추위와 싸운 시간이 그동안 상처 입은 한 민족의 깊이 만큼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간의 유전자에 박힌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전쟁 후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 모두 가슴에 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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