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동구타 주민 또 좌절…러시아군 "무력중단 협상 결렬"(종합)
러시아군 "불법 조직, 무장해제 요구 거부"…러 대통령실 "러·시리아·이란에 아무 책임 없다"
민간 감시단체 "시리아군 닷새째 공격에 주민 335명 숨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군의 무차별 공습에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시리아 수도 부근 반군 지역에서 시리아군과 반군의 휴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21일 밤(현지시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의 반군 조직과 무장활동 중단에 관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휴전감시센터는 반군이 무장활동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무시해 휴전 협상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성명을 내어 "불법 무장조직에 저항을 중단하고 무장을 해제하라고 요구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구타의 대표적인 반군 조직은 사우디아라비아 연계 '자이시 알이슬람'(이슬람 군대)과,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 '파일라끄 알라흐만'(라흐만 부대)이다.
두 조직은 동구타에서 경쟁 관계이나 상황에 따라 '자유시리아군'(FSA)의 깃발 아래 함께 정부군에 대항하기도 했다.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에 뿌리를 둔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도 이 지역에서 활동한다.
2013년부터 장기간 포위를 버티며 동구타에서 기반을 다진 양대 반군 조직은 대규모 민간인 희생에도 항전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성명에서 반군 조직이 민간인을 교전지역에서 떠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러시아, 시리아, 이란은 동구타의 참상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취재진에 "(동구타 사태는) 테러분자를 지원한 자들의 책임"이라며, "러시아도, 시리아도, 이란도 시리아에서 대테러전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국가 차원에서는 이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강변했다.
18일 밤부터 시작된 시리아군의 무자비한 공습과 포격에 22일 오전까지 동구타에서 335명 이상이 숨지고 1천600명이 다쳤다.
폭격 닷새째인 이날 오전에는 공습이 멈췄으나 로켓포 공격이 계속돼 두마 구역에서 13명이 또 숨졌다.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서 시신이 계속 발견돼 공습이 소강 상태를 보일 때에도 사망자수가 늘고 있다.
반군이 러시아·시리아군의 사실상 항복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동구타 주민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결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르면 22일(미국동부 현지시간) 30일짜리 동구타 휴전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동구타의 상황을 "지상의 지옥"이라 표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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