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통상 마찰 있다고 한미동맹 흔들리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이 거세다. 지난달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지난 16일 한국산 수입 철강 등에 대한 고강도 수입 규제안을 내놨다.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의 '국가안보 위협'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붙였다. 또한, 미정부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방침도 발표됐다. 앞서 14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재앙"이라면서 "공정한 협상을 하거나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전방위적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의 부당하고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들에는 국제규범 등에 근거해 당당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을 지시한 것도 그래서다. 통상 문제는 오직 국익이라는 잣대로 봐야 한다. 응당한 결정이다
미국의 철강수입 규제 대상 12개국에서, 주요 대미 철강 수출국 가운데 캐나다, 독일, 일본 등은 빠지고 한국은 포함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미국에 밉보여 동맹국 중 우리만 포함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보수 야권 등에서 나온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관여(포용) 정책을 펴는 데 대한 미국의 불만에 의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 한미동맹의 균열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 걱정이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들어간 것은, 최근 몇 년간 대미 철강수출량이 급증했고 그래서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국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캐나다와 일본은 수입·수출 물량이 비슷하거나 수출물량이 대폭 줄어든 경우이고, 독일은 유럽연합(EU)의 대미 무역보복 불사 경고를 의식해 제외한 사례일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대처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도를 가는 게 중요하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그에 따른 초강경 통상 압력은 누차 예고됐던 일이다. 북한 문제나 한미동맹 등과 같은 정치·안보적 사안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security)를 위해 번영(prosperity)을 팔아버리는 나라는 결국 둘 다 잃게 될 것"이라고 경제이익 우선을 분명히 했다. 지난 12일엔 일본과 한국을 거론하면서 "동맹이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맹은 동맹, 통상은 통상' 투트랙 기조를 직접 선언한 셈이다. 그의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동맹국이면서 우리에게 과연 이래도 되는가 하는 푸념도, 대북 관여정책에 따른 한미동맹 균열로 가혹한 통상 압력을 받는 게 아니냐는 피해의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끊고 대북 제재에 올인하면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이 통상 압력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도 설득력이 없다. 국익 우선의 차가운 통상 논리가 필요하다.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우리를 압박해 통상 부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진전한 남북대화와 병행해서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성사시키려면 한미 공조가 절실한 우리 정부의 처지를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이후 일절 관련 언급이 없고, 문 대통령과의 통화도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일각에서 그런 관측을 제기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뭔지는 평창 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오는 23일 방한하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을 만나면 확인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및 안보 문제를 빌미로 해서 우리와의 통상 협상에서 이득을 취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통상 마찰 있다고 해서 70년 가까운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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