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직접 투자해보니 3주 만에 반토막…뒤엔 작전세력?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 방침을 밝힌 직후 직접 가상화폐에 투자해봤지만, 결과는 '반 토막'이었다.
가상화폐 투자를 결심한 것은 소액이나마 개인 돈을 넣어보면 투자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가상화폐에 대해 취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거래 실명제를 약 1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오전 11시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계좌를 만들고 10만원을 충전했다.
당시 빗썸은 이미 계좌이체를 막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한 업체에서 판매하는 '빗썸 상품권' 10만원 교환권을 구매해 빗썸 계좌에 충전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충전 수수료 12%가 깎였다. 잔액은 8만8천원이었다.
가상화폐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 외에도 비트코인골드·비트코인캐시·이더리움·이더리움클래식·라이트코인·대시·리플·퀀텀·모네로·이오스 등 10여 가지가 더 있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가상화폐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접했던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퀀텀을 약 2만2천원어치씩 샀다. 각각 0.00169745비트코인과 0.0189715이더리움, 13.929574리플, 0.48177625퀀텀이었다.
8만8천원이었던 자산은 그날 밤 9만원이 됐고, 이튿날 오후 1시30분께 약 9만3천원까지 늘었다.
취재를 위해 투자한 것이지만 잘하면 하루 술값 정도는 벌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1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을 투자할 걸 잘못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이 되자 다시 8만8천원으로 돌아왔고, 이틀 뒤인 27일에는 8만5천원으로 떨어졌다가 28일에는 다시 9만1천원으로 급등하는 등 널을 뛰었다. 하지만 31일 오전 8만원, 오후 7만8천원을 기록한 이후에는 한번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거래 실명제 도입 직후인 이달 2일에는 저녁때 약 5만2천원까지 하락했다. 약 열흘 전 10만원이었던 돈이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처음에 투자할 때는 워낙 소액이니 폭락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지만 눈앞에서 '생돈'이 날아간다는 느낌이 들자 가슴이 떨리고 한숨이 났다. 값이 오를 때와 달리 '그나마 10만원만 투자해서 다행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로 바쁜 와중에도 나도 모르게 하루에도 몇 번씩 빗썸 앱을 열어 자산을 확인했다.
자산은 이후 한동안 5만원대를 유지하다 약간 반등해 7만∼8만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상위 1%의 정보'를 준다는 스팸 문자를 받고 어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게 됐다.
채팅방에 들어갈 때는 그곳이 '앞으로 이러이러한 이유로 특정 가상화폐가 오를 거라는 얘기가 있다'는 식의 정보를 나누는 곳일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정보는 없었다.
대신 그곳에선 가상화폐·선물·옵션 등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원 매수 진입, 익절 △△△△원 손절 ××××원'이라고 하면 다른 채팅 참가자들 수십 명이 '악', '악', '악' 하고 답했다.
이들은 대장이 내리는 지침을 '리딩(leading)'이라고 불렀다. '악'은 '나는 리딩대로 매수·매도 거래를 완수했다'는 신호였다.
채팅 참여자들은 "수익 매도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대장'에게 줄지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대장'이 먼저 특정 가상화폐를 산 다음 사람들에게 같은 걸 사라고 해서 이익을 보려는 게 아닌가 의심됐지만, 모두가 익명으로 채팅에 참여했기 때문에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규제에 반대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블록체인 기술에서 한국이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일간 지켜본 이 오픈 채팅방에서 블록체인이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오가지 않았다. '악'과 '가즈아', '총알 장전', '익절·손절'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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