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분단국 키프로스 자원개발 놓고 긴장고조…터키 무력반발
터키 군함 보내 천연가스 탐사선 경로 차단…에게해선 그리스 해경 선박과 충돌
에르도안 "군함 계속 보내 시추 막을 것"…투스크 "EU국가 위협 말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중해 분단국 키프로스의 그리스계가 독자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자 터키가 군함을 보내 탐사활동을 방해하는 등 긴장이 높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앙카라 의사당에서 열린 '정의개발당'(AKP) 의원 모임에서 "키프로스 근해 탐사, 에게해 도서와 관련해 기회를 엿보려 해도 터키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키프로스와 에게해에서 선을 넘으려는 자들은 오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경고' 발언은 지중해 동부에서 독자 천연가스 개발에 나선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과, 에게해 도서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그리스를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키프로스의 천연가스 개발 움직임에 터키는 군함까지 동원, 실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와 튀르크계가 충돌하며 갈등을 빚다 1974년 터키군의 침공으로 남쪽의 그리스계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과 북쪽의 튀르크계 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TNRC, 북키프로스)으로 나라가 쪼개졌다. 전자가 국제법적으로 인정 받는 정식 국가다.
키프로스는 지난해 평화협상이 결렬된 후 지중해 동부에서 독자적인 에너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11일 터키 외교부는 지중해 동부 '제3구역'에서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한 키프로스의 활동을 포착했다며, 이는 북키프로스 주민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터키 외교부는 이로 인해 벌어지는 결과는 키프로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키프로스 당국에 따르면 11일 밤 천연가스 탐사를 하러 키프로스 근해로 이동하던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의 선박이 터키군 군함에 차단 당했다.
또 이튿날 밤에는 터키 해안경비대 선박이 에게해 무인도 부근에서 그리스 해안경비대 선박을 의도적으로 들이받는 일이 벌어졌다고 그리스 당국이 공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AKP 소속 의원들에게 군함을 동원해 키프로스의 시추를 계속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논의 후 터키에 위협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투스크 의장은 "EU 회원국에 대한 위협을 피하고 선린관계, 평화적인 분쟁조정, 주권 존중을 실천하라고 터키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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