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 1월 신규 대출 '사상 최대' 500조원 육박
"그림자금융 옥죄자 은행 대출 수요 증가한 듯"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은행들이 지난달 신규 대출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월의 전반적인 여신 증가율은 둔화됐지만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가 늘어난 2조9천억 위안(약 496조 원)을 기록했다.
앞서 WSJ 서베이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제시한 전망치인 2조5천억 위안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금융위기의 충격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던 2008년 전체의 여신 총액과 비교하면 근 60%에 달하는 액수다.
그림자 금융권의 대출을 포함하는 사회총융자는 1월에 3조6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가 줄어든 것이지만 이 가운데 은행들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88%까지 높아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늘어난 것은 중국 정부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그림자 금융 억제 조치가 주효한 때문이라는 것이 이코노미스트들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은행들이 부응해 그림자 금융을 자제하면서 정식 대출을 늘리고 있고 그림자 금융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 은행들이 연초에 대출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는 점도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중국 정부는 과다한 부채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지만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낮추지 않아 국영 기업들과 지방정부는 차입을 계속 늘리는 상황이었다.
WSJ는 은행들의 대출이 예상외로 급증한 것은 성장과 부채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려는 정책 당국자들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으로, 정부 내부에도 성장률을 훼손하지 않고 부채를 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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